2004년 11월 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올림픽팀환영식에서 푸틴 대통령이 체조 메달리스트 알리나 카바예바와 이야기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세 연하 연인으로 알려진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 알리나 카바예바(39)의 임신 소식에 불만을 드러내며 낙태를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독립 뉴스 채널 ‘제너럴 SVR’(General SVR)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텔레그램을 통해 카바예바의 임신 이후 두 사람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카바예바에게 낙태를 요구하면서 이미 자녀가 많고 자신이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상황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카바예바는 배 속 아이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제너럴 SVR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 카바예바가 말을 아예 하지 않고 있고 대화를 시도하면 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이라며 “(크렘린궁) 직원들과 경비원들이 마치 드라마를 보듯 푸틴 대통령과 카바예바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제너럴 SVR은 지난달 보도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을 앞두고 카바예바의 임신을 알게 됐으며 원치 않는 소식에 분노했다고 전한 바 있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 발레리 솔로비예프는 “다수의 목격자가 푸틴 대통령이 우울하고 냉담해 보였다고 보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바예바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메달 14개를 따낸 스포츠 스타다. 2007년 현역에서 은퇴하고 집권 여당에 입당해 8년간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4년 의원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친(親)러시아 성향의 한 미디어 그룹 임원으로 영입돼 약 1200만 달러(약 155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그가 푸틴 대통령의 연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양측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이혼을 공식 발표했으나 “존중받아야 할 사생활이 있다”며 카바예바와의 관계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 정부는 둘 사이에 최소 3명의 자녀가 태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자녀는 전처 사이에서 얻은 두 딸 뿐이다.

푸틴 대통령이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여성과 낳은 것으로 알려진 딸의 모습. /인스타그램

다만 최근 푸틴 대통령 가족들이 속속 서방의 제재 명단에 오르면서 그의 숨겨진 사생활과 자녀 관계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판도라 페이퍼’에는 푸틴 대통령이 한때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여성과 수년간 관계를 유지했고 딸아이를 낳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여성은 출산 후 몇 주 만에 해외 법인을 통해 375만 달러(약 48억원) 규모의 모나코 아파트 소유주가 됐고 1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은 최근까지 모나코 아파트에 살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각종 명품을 즐기는 모습을 과시해왔으며, 푸틴 대통령과 빼닮은 외모가 공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