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패션지 보그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 화보. /보그 인스타그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개월이 흐르며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가 패션지 보그와 화보를 찍었다. 보그 우크라이나 독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응원한다는 분위기지만, 보그 미국 계정에는 “전쟁 중인 나라에서 뭐하는 거냐”는 비판이 나왔다.

보그는 26일(현지시각) ‘용맹의 초상: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라는 제목의 화보 기사를 공개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화장기 없는 얼굴로 우크라이나 대통령궁의 한 계단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더 넓은 배경까지 보여주는 사진을 보면 젤렌스카 여사 뒤로 익숙한 올리브색 티셔츠를 입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 있다. 두 사람 주변으로는 먼지 묻은 포대들이 가득 쌓여 있다. 웅장한 분위기의 대통령궁과 대조를 이뤄 전쟁 중이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패션지 보그는 26일(현지시각) ‘용맹의 초상: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라는 제목의 화보를 공개했다. /보그 인스타그램

젤렌스카 여사는 “내 인생과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끔찍한 몇 달이었다”면서도 “우리는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기사는 우크라이나 일부가 러시아군에 점령됐으며 국제적인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에너지 가격은 치솟는 상황을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교적인 대답은 아니겠지만 정직하게 말하겠다”며 “가스 가격은 아무것도 아니다. 코로나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현재 민간인 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당신의 고향, 당신의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여전히 기름값, 전기요금에 대해 생각하겠느냐”며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갈렸다. 이들의 화보를 소개한 보그 우크라이나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하트와 박수 이모티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우크라이나어로 댓글을 단 네티즌들은 “승리를 향해 가자! 민족에게 영광을! 우리 최고의 대통령” “저 사진은 젤렌스카 여사의 베스트 사진은 아니지만 현실의 사람들 삶 전체를 반영하고 있다” “멋진 커플. 우리는 당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반면 일부는 “약간 과하다. 우크라이나를 돌보세요” “대다수가 포퓰리즘에 정신없이 휘말리고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양한 국가의 독자들이 팔로우하는 보그 미국 계정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전쟁 중에 굳이 ‘패션 화보’를 찍는 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네티즌들은 “보그, 넌 날 토하게 만든다.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통령 부부는 패션지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주여, 이 병든 세상에서는 전쟁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관심이 필요하고, 무기와 탄약이 필요하다. 이 사진으로 우크라이나를 주목받게 하려는 것”이라고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국내 네티즌들도 화보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솔직히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으니 이렇게라도 해서 환기하려는 의도가 이해간다”는 이들과 “국민은 죽어가는데 대통령은 멋지게 사진 찍을 정도로 한가해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