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슈퍼카를 소유한 차주들이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 /트위터

러시아에서 값비싼 슈퍼카를 몰던 차주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릴 카퍼레이드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과도한 부의 과시’를 경계한 당국이 이를 막아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 시각)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체포 소동은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페라리, 포르쉐, 아우디, 벤틀리 등 고급 슈퍼카 170여대가 집결한 모스크바 퍼레이드 현장에서 빚어졌다. 이 행사는 슈퍼카 소유주들이 한데 모여 친목을 다지고 차량 관련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계획됐다.

그러나 시작 직전 경찰이 들이닥쳤고 슈퍼카를 몰고 온 차주 수십 명을 체포했다. 이 중 7명은 15일 구금 명령을 받았고, 대부분의 차량은 현장에서 압수됐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수갑을 찬 차주들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힌 채 경찰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나온다.

경찰은 체포 이유로 주최 측이 행사 개최를 허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했다는 점을 들었다. 현지법은 단체회의·집회·시위 및 질주 등의 집단행동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우리는 분명 당국에 사전 허가를 받았으며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경찰이 슈퍼카 차주들을 체포하고 있는 현장. /트위터

서로 다른 주장에 일각에서는, 평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부를 과시하는 재벌들에게 불만을 드러내 온 것을 의식한 조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소련 당시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부를 자랑하기 위해 앞니를 금으로 씌우는 게 유행했다”며 “지금 부자들이 람보르기니 같은 값비싼 차를 사는 것은 앞니를 금니로 바꾸는 행동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생활고를 겪는 국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부 부유층의 과시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이번 행사의 입장권은 4200파운드(약 660만원)였으며 애프터 파티까지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참가자들은 자신의 슈퍼카에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스티커를 붙인 채 도심을 질주할 계획이었다.

이에 친푸틴계인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상원의원은 “서방 국가의 차량을 과시하려 한 참가자들은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들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강제 파병해야 한다.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후방에서의 잡일에는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