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러시아 코미디언 장난 전화에 속아 크림대교 공격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트위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러시아 코미디언 장난 전화에 속아 크림대교 공격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러시아 크림반도 케르치해협 대교(크림대교)가 불타고 있다./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러시아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쿨레바 장관은 최근 자신들을 2012~2014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 측이라고 사칭하는 러시아 유명 코미디언 2명과 화상통화를 했다.

러시아 유명 코미디언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 스톨랴로프가 러시아의 동영상 공유서비스 루튜브(Rutube)에 올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사진 가운데)과의 화상통화 동영상. '우크라 외무장관 과의 완전한 장난'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져있다. /Rutube

통화를 한 이들은 장난전화 영상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 스톨랴로프다. 이들은 쿨레바 장관과의 통화 영상을 지난 13일 러시아의 동영상 공유서비스 루튜브(Rutube)에 올렸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로이터 연합뉴스

이 영상에서 쿨레바 장관은 크림대교 폭파와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 벨고로드의 탄약고 폭발 배후에 대해 털어놨다.

쿨레바 장관은 “누가 크림과 벨고로드에서 뭔가를 터뜨리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우리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쟁 전망에 대해 “당연히 모든 것은 외교로 끝날 것”이라며 “외교장관으로서 나의 역할은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모두 협상 테이블에서의 균형이 전장 상황과 러시아의 경제 상황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선 전장에서 승리하고 러시아의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다리로, 지난 8일 폭발과 화재로 일부 붕괴됐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번이 시작일 뿐”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것임을 암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한 뒤 지난 10일부터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대적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배후인 테러 행위”라며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러시아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코미디언들이 사칭 전화로 유력 정치인을 속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엔 자신들을 우크라이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하는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라고 속여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했고, 같은달 같은 수법으로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에게 전화해 ‘러시아를 인터폴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주로 러시아에 비판적인 외국 인사들을 상대로 폭로성 통화를 해 러시아 정부나 정보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