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 있었던 외국인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인도인 생존자는 “지금도 내 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아른거린다”고 했다.

인도 출신 IT업계 종사자인 누힐 아흐메드(32)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보도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 들어가게 된 경위에 대해 “사람들을 따라가다 문제의 골목에 들어섰다”고 했다. 이어 “수 많은 군중에 갇히자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 앞뒤로 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마치 파도와 같았다”고 했다.

결국 아흐메드는 붐비는 인파 속에서 넘어졌다. 하지만 골목길 옆으로 난 계단을 발견했고, 그 계단으로 올라가 생존할 수 있었다. 그는 “(계단 발견 당시) 날개 단 천사가 손짓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너무 많은 사람이 질식하고, 비명을 지르고, 넘어졌다”며 “나는 계단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아흐메드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군중이 흩어지고 소방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산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들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남성은 친구가 죽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3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다”며 “남성의 다른 친구가 ‘그만하라’고 말렸지만, 그 남성은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 와중 아무 일 없다는 듯 화장을 고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아흐메드는 전했다.

그는 “사고 당일 한숨도 못 잤다”며 “아직도 내 앞에서 죽어가던 사람들이 아른거린다”고도 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1일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글을 인용해 생존자 증언을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한 중국인은 “인간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중국인은 “맥주가 담긴 박스 하나를 밟고 올라가 겨우 탈출했다”며 “죽음이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현재 외국인 사망자는 총 2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란 국적이 5명으로 가장 많다. 중국인, 러시아 사망자는 각각 4명이다. 이외에도 미국인 2명, 일본인 2명, 프랑스인 1명, 호주인 1명 등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