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응우옌 후에 거리에서 촬영된 사진. /페이스북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베트남 일부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를 조롱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공유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여러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베트남 이태원 조롱 코스프레’, ‘베트남에서 이태원 참사 조롱함’ 등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핼러윈을 앞둔 주말 베트남에서 일부 시민들이 거리에 시신이 놓여있는 것처럼 꾸며 이태원 압사 사고를 조롱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모습이 담긴 현장 사진도 공유됐다. 사진을 보면 한 시민이 몸 전체에 돗자리를 덮은 채 길 위에 누워있고 그 앞에는 향이 놓여있다. 주변을 지나던 일부 시민들은 이 앞에 멈춰 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해당 글이 확산하면서 국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네티즌들은 “악마 같다”, “조롱이 선을 넘었다” 등 비방, 욕설이 담긴 댓글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압사사고 조롱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전에도 있었던 코스프레”라고 했다.

해당 사진이 올라왔던 현지 소셜미디어 글을 확인해 봤다. 페이스북 페이지 세 곳이 호치민의 응우옌 후에 거리에서 핼러윈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라며 문제가 된 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들의 사진을 공유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일부 네티즌이 “한국인인 척”, “핼러윈 한국인 분장”, “한국 코스프레” 등 이태원 참사를 조롱하는 댓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의 다수 네티즌들은 해당 사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모님한테 혼나겠다”, “즐기기 위한 날에 대체 이런 끔찍한 분장은 왜 하나” 등 이태원 참사와 연관 짓지 않고, 그 자체로 부적절한 코스프레라며 비판 의견을 냈다.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해당 사진의 잔혹성을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현지 매체 단비엣, 탄니엔도 해당 사진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코스프레가 이태원 참사를 조롱한 것이라는 내용은 없었다.

탄니엔은 “한 청년이 30일 저녁 응우옌 후에 보행자 거리에서 죽은 척 매트를 깔고 향을 피우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독특하다는 반응 외에도 터무니 없고 허용한도를 넘었으며 불쾌감을 자아낸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 매체는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의 반응도 실었다. 이들은 “지난 며칠 동안 소셜미디어가 무섭고 슬픈 소식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치장할 캐릭터가 너무 많은데, 그런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이미지를 선택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에서 베트남 국적 사망자도 발생했다. 유일한 베트남 국적 희생자인 20대 여성은 2년 전 한국에 홀로 와 국내 대학교에 진학했고,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