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페르남부쿠주 깃발을 빼앗아 들고 있는 카타르 경찰. /빅터 페레이라 트위터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카타르 도하를 찾은 브라질 관광객이 자신의 고향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었다가 현지 당국으로부터 제지를 당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각) 브라질 매체 G1,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루사일 스타디움 앞에서 카타르 당국이 브라질 관광객들의 깃발을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국자는 깃발을 땅에 던지고 밟았다”며 “이는 깃발에 그려진 무지개 모양을 보고 성소수자(LGBTQIA+)에 대한 지지를 상징한다고 오인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당국자들의 생각과 달리, 당시 관광객들이 들고 있던 것은 브라질 페르남부쿠주의 지역 깃발이었다. 페르남부쿠주 깃발은 파란색과 흰색 배경에 빨간색‧노란색‧초록색 무지개와 별, 태양, 십자가 등이 그려져 있다.

매체는 페르남부쿠 혁명의 해인 1817년부터 깃발에 무지개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지개는 평화, 우정, 새로운 결합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빨간색‧노란색‧흰색이었으나 1917년부터 모든 페르남부쿠인의 연합을 의미하는 현재와 같은 색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벌어졌을 때 브라질 기자 빅터 페레이라도 관광객들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이라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관광객들과 함께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을 때 흰 옷을 입은 남성이 다가왔고 이후 경찰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페레이라는 “나는 휴대전화로 당시 상황을 촬영했다”며 “그들은 내 휴대전화를 가져가 영상을 삭제한 뒤에야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기자라고 밝히며 신분증을 보여줬으나 그들은 “상관없다”며 영상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페르남부쿠 주지사 파울로 카마라는 트위터를 통해 페레이라와의 연대를 표명했다. 카마라 주지사는 “페레이라는 월드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현지 당국에 페르남부쿠 깃발을 압수당했다”며 “그들은 우리 깃발이 상징하는 자유, 다양성, 통합을 자세히 봤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치는 세계 곳곳에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정부 미디어 사무소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카타르의 성소수자, 이주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인권 침해를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잉글랜드·독일·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스위스·웨일스 7개 팀 주장들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뜻하는 ‘무지개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고를 받고 착용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