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영국 박물관(British Museum)이 설 연휴를 앞둔 20일(현지 시각) 열린 한국 문화 행사에 ‘한국 음력설’이란 표현을 썼다가 중국 네티즌의 집단 ‘사이버 린치’를 당했다. 박물관 측은 ‘설의 기원은 중국’이라는 내용의 소셜미디어 글을 올리고 수습에 나섰다.

런던의 영국 박물관은 이날 한국 전통 무용 공연 행사를 박물관에서 열기로 하고, 지난 12일부터 박물관 홈페이지와 트위터 글을 통해 홍보해 왔다. 박물관 측은 이 과정에서 이번 설 명절을 ‘한국 음력설(Korean Lunar New Year)’이라고 썼다. 또 ‘Celebrating Seollal(설맞이)’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이에 대해 영국 내 한 중국인이 지난주 이 게시물을 중국 소셜미디어에 옮기자 영국 박물관 트위터에 중국발(發)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 맞는 표현’이라는 항의부터 ‘영국이 한국의 고질적 문화 도둑질에 가담했다’ ‘이젠 크리스마스도 한국 명절이라고 할 판’ 같은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19세기 아편전쟁과 영국의 중국 침략 등을 언급하며 영국 상품 불매와 여행 취소 등을 주장했다. 반면 일부 아시아권 네티즌은 “설은 아시아권이 함께 축하하는 명절”이라며 “베트남 설, 말레이시아 설, 한국 설이면 어떠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악성 댓글 수천 개가 달리자 박물관 측은 해당 트위터 글을 삭제했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한국 음력설’이란 표현도 뺐다. 그러나 20일 행사에서 몇몇 관람객이 ‘설은 한국으로 전해진 중국의 전통문화’ ‘영국은 중국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등 항의 피켓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이들이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박물관은 결국 22일 트위터에 중국 여성이 토끼를 들고 있는 청나라 시대 그림을 올리고 ‘Chinese New Year(중국 설)’라고 적었다. 또 “우리는 국내에서, 또 세계적으로 중국 설을 기념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도 내놨다. 영국 박물관 측은 “한국 음력설 표현 삭제가 타당하냐”는 본지의 문의에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