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에서 발생한 이재민들에 대한 지원이 늦어지자 인근 지역 할머니들이 직접 구호물품 전달에 나섰다. /트위터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의 이재민들에 대한 지원이 늦어지자 인근 지역 할머니들이 직접 구호물품 전달에 나섰다.

9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NTV 방송과 일간 후리예트 등에 따르면 70·80대 할머니들이 대지진 발생 사흘째인 지난 8일부터 구호물품을 담은 대형 자루를 짊어지고 지원센터를 오가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늦어지자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할머니들이 짊어진 보따리에는 겨울옷, 음식, 담요 등 필수 구호물품은 물론 방한복부터 전기히터, 매트리스, 이유식까지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할머니들은 지진 주요 피해 지역인 남동부 10개 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및 영상을 보면, 할머니들은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만큼 허리가 굽고 노쇠했지만, 몸보다 2배는 더 큰 보따리를 들쳐멨다. 젊은이들의 도움을 마다하고 직접 지원센터에 구호물품을 내려놓은 뒤에야 발걸음을 돌렸다. 이들은 눈길도 마다하지 않고 지원센터를 오갔다.

한 튀르키예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은 채 지원센터에 구호물품을 내려놓고 가고 있다. /트위터

네티즌들은 “진정한 자선과 구호 현장의 모습” “감동적인 현장이다. 튀르키예를 위해 기도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추켜세웠다. 할머니들의 모습을 러시아-튀르키예전에서 여성 의용군으로 활약해 튀르키예 전쟁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은 ‘네네하툰’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6일 오전 4시 17분쯤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로부터 약 33㎞ 떨어진 내륙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구조가 지연되는 상황에 주민들의 분노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 20년간 비상사태에 대비하겠다며 880억 터키리라(약 5조8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진세로 걷었는데 이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런 재난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해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