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후이성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중국은 출생률 급락 여파로 1961년 대기근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인구 감소를 겪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중국 출생률이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중국 정자은행들이 ‘건강한 남성’ 정자 모으기에 나섰다. 한 정자은행이 내건 조건에는 키 170㎝ 이상의 유전병 및 탈모가 없는 사람 등이 붙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베이징, 산둥, 윈난, 장시, 하이난 등 중국 여러 지역의 정자은행들이 정자 모으기에 나섰다. 남성 불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부터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정자 기증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아무나 정자를 기부할 수는 없었다. 정자은행들은 키, 탈모 및 지병 여부, 생활습관 등 남성의 신체적 조건을 철저하게 봤다. 베이징의 한 비영리 정자은행은 “키 170㎝ 이상의 청결한 습관을 지닌 20∼40세로, 감염병이나 유전병이 없고 큰 탈모도 없는 남성을 구한다”고 했다. 일부 정자은행은 기증 조건에 아예 ‘대학생’을 내걸기도 했다.

정자은행들은 무료 건강검진과 금전적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정자 기증을 독려했다. 베이징의 정자은행은 5천위안(약 93만원)의 사례금을 내걸었다. 산시성의 정자은행은 기증자들에게 정자 분석, 염색체 검사, 유전병과 감염병 검사 등 무료 건강검진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산둥성의 정자은행은 기증자에게 정자를 10년간 냉동 보관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정자 적격 판정 여부와 관계없이 교통비 100위안(약 2만원)을 제공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자 기증 지원자 가운데 약 20%만이 적격 판정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관 시 건강하지 않은 남성의 정자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시성 정자은행의 관계자는 “기증자는 평균 남성의 3배에 달하는 정자 농도를 지녀야 한다”며 “하지만 많은 남성이 스트레스 많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고 했다. 2017년 중국 중난국립대 줄기세포생물학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적격 정자 기증자 비율은 2001년 56%에서 2015년 18%로 감소했다.

중국에서 남성 불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중국의 인구 감소 우려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 출생아 수는 956만명으로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사망자 수 1041만명에 못 미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중국은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제와 부동산 관련 혜택, 육아 휴직과 출산장려금 등 각종 출산 장려책을 내놓고 있지만, 혼인신고 건수는 지난해에도 감소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인구가족사 양원좡 국장은 중국의 불임이나 정자의 질이 출생률 저하의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아와 경제적 부담, 여성의 출산 후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 등이 출생률 감소의 주요 요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