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차도에서 촬영된 영상. 펜타닐 중독으로 보이는 남성이 몸을 못가누고 쓰러진다./트위터

최근 미국에서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가가 증가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일부 도시에서 펜타닐에 중독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길거리 곳곳을 점령하고 있다는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펜타닐 중독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영상이 여러 건 올라왔다.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과 샌프란시스코 등 거리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영상에는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이거나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한 트위터 유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찍은 영상 중 일부./트위터

한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차도에 누워있다가 행인이 깨워 겨우 몸을 일으킨다. 휘청거리며 일어난 이 남성은 근처 주차된 자동차에 지탱해 서있는가 싶더니 그대로 자동차 둘레를 따라 몸이 기울다 바닥에 넘어진다.

이 밖에 주유를 하던 여성이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거나, 킥보드를 타고 가던 남성이 그대로 몸이 꼬부라져 멈춰선 모습도 담겼다.

국내 유튜버가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 당시 찍은 모습. 거리 곳곳에 소변이 묻어 있고 사람들이 몸이 굳은 채 서있다./유튜브

또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장을 갔다는 국내 유튜버 새니의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유튜버가 찍은 영상을 보면 호텔 앞 거리에 펜타닐 중독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 앉아 있다.

이 영상에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허리가 구부러져 경직된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특히 노상방뇨로 인해 거리 곳곳엔 소변 웅덩이까지 생겨난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유튜버는 “지린내가 너무 심하다”며 “한국으로 치면 명동역 한복판에 100명 넘는 사람들이 길에 소변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거리에서 한 중독자가 보도에 무릎을 꿇고 펜타닐을 피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펜타닐은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 수술을 받은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기 위해 사용되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다. 중독성과 환각 효과가 헤로인의 50배에서 100배, 모르핀의 80배 이상에 달한다. 가격이 저렴해 최근 마약 중독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으며,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 저소득층이 진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펜타닐에 의존하다 중독되는 경우도 많다.

치사량이 2㎎에 불과해 과다 투약으로 인한 사망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미국인은 약 10만7000명에 달한다. 이 중 펜타닐로 인한 비중은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약물 과다복용은 자살을 제치고 45세 이하 미국인의 사망원인 1위로 올라섰다.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25년 만의 최저치인 76.4세로 내려앉은 배경에도 불법 펜타닐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유명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월엔 배우 타일러 샌더스(18)가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지난달 사망한 아역배우 출신 오스틴 메이저스(27)의 사망 원인으로도 펜타닐 과다복용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강력한 마약 해결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펜타닐 문제 해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중독 치료 확대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오고 있다. 또 미국은 이달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엔 마약위원회 회의에서 중국·인도 등에 펜타닐 원료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