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으로 집을 잃은 튀르키예 피해 지역 주민 다수가 집에 보관해 둔 금붙이 등 귀금속을 찾으려고 건물 잔해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튀르키예에선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극심해 은행에 현금을 예치하는 대신 금을 사서 집에 보관해 왔다.

지난달 20일 터키 안타키아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주민들이 집기를 꺼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지진 피해로 목숨만 겨우 부지한 생존자들은 무너진 집 아래 파묻힌 금붙이를 찾으려고 피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폐허가 된 집의 잔해를 직접 치우거나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타키아에서 6일 만에 구출된 하티스 이깃씨는 딸의 결혼을 위해 모아둔 금을 찾으려고 매일 자신의 집을 찾는다. 그는 “내 꿈이 거기에 있다”며 “금을 발견하지 못하면 딸의 결혼식을 몇 년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에선 현금 대신 금을 사서 집에 보관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특히 물가가 치솟으며 리라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심화했다. 폐허 현장에서 돌무더기를 치우던 한 생존자는 “아무도 국가를 믿지 않는다. 우리는 금을 믿는다”고 했다.

한편 튀르키예 당국은 지난달 24일부터 집을 잃은 이재민을 위한 재건 작업에 착수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진 이재민을 수용하려면 새집 50만채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