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전 케빈 폭스와 그의 딸 라일리가 납치되어 숨지기 전의 모습. 폭스는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복역했다가 8개월 뒤 누명을 벗었다. /NBC 유튜브

3살짜리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8개월 간 옥살이를 했던 미국 남성이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21일(현지시각) CBS, NBC 방송 등은 20년 전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케빈 폭스(46)가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스는 지난 20일 자신의 차량을 몰고 아칸소주(州)의 2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사고를 당했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와 폭스의 차량과 정면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스와 상대 차량 운전자 모두 사고 직후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의 법률대리인 캐슬린 젤너는 21일 트위터를 통해 “그의 가족과 그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인생은 짧고 비극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놀라운 삶을 살았다”며 “그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폭스는 2004년 미국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3세 여아 살인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그해 6월 폭스의 세 살배기 딸 라일리가 집에서 실종됐다가 몇 시간 뒤 인근 개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라일리는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사당국은 친부인 폭스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이어갔다. 당국은 몇 달에 걸친 수사 끝에 폭스가 “실수로 딸의 머리를 문에 부딪치게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납치로 꾸미기 위해 시신을 유기했다”는 취지로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폭스는 8개월 간 복역해야 했다. 그는 이후 “강압 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며 항소했고, 뒤늦게 실시된 유전자(DNA) 분석 덕에 누명을 벗었다. 라일리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가 폭스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방항소법원은 이 증거를 근거로 폭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폭스는 이후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800만 달러(약 104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는 아칸소주로 이주해 새 가정을 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10년에서야 진범 ‘스콧 에비’를 붙잡았다. 절도 전과가 있던 에비는 술과 코카인에 취해 있던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는 폭스의 집을 털기 위해 들어갔으나, 자고 있는 라일리를 보고 우발적으로 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