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과 리상푸 국방부장이 16일(현지시각)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방관이 배석한 가운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모스크바를 방문한 리상푸(李尚福) 중국 국방부장을 만났다. 푸틴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27일 만에 예고 없이 중국군 최고위 인사를 만나자,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 속에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의 입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에 이미 무기용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추가로 탄약과 무기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서방의 의심을 받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와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리 부장이 크렘린궁에서 만나 환담하고 양국 간 군사 분야 협력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리 부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군사 및 군사 기술 분야에서 매우 잘 협력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는 냉전 당시의 군사·정치적 연합 체제를 능가하며, 풍성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양국 관계에서 군사협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러·중 양국은 극동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합동 훈련을 했고,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과 함께 러·중 관계 발전에 대한 계획을 세웠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리 부장은 지난달 12일 국방부장에 임명된 이후 첫 해외 방문으로 모스크바를 찾았다. 그는 지난 2018년 중앙군사위원회장비개발부(EDD) 부장 재직 시절 러시아산 군용기와 군사 장비 구입 결정을 내려 미국의 제재를 받아 왔다. AFP와 로이터 통신 등은 “(우크라이나에서 쓰인) 러시아 무기 잔해에서 점점 더 많은 중국산 부품이 발견되고 있다”며 “리 부장의 러시아 방문은 양국 간 군사 협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란 방증”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은 “중국이 러시아에 대량의 무기와 탄약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다만 이날 만남에서 무기 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양국 관계의 균형추가 점점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부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예고는 없었으나, 전격적으로 만남이 이뤄졌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이 공개한 회담 영상에서 리 부장은 쇼이구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사실상 국가 수반에 준하는 대우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