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맨 왼쪽)의 대관식이 열린 가운데 페니 모돈트 추밀원 의장(보수당 하원 원내대표·맨 오른쪽)이 왕실을 상징하는 보검을 들고 걷고 있다. 이날 모돈트 의장은 대관식 내내 길이 121㎝, 무게는 3.5㎏에 달하는 보검을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들어 화제가 됐다./로이터 연합뉴스

6일(현지 시각)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에서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 페니 모돈트(50·Penny Mordaunt)가 눈길을 끌었다. 왕실 고문 기구인 추밀원(樞密院)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그는 이날 금색 고사리가 수놓아진 청록색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해 대관식 내내 어깨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보검을 들었다.

모돈트가 들고 있다가 왕에게 전달한 보검은 길이 121㎝, 무게 약 3.6㎏에 이른다. 왕이 이 검을 전달받는 것은 자신의 의무와 기사로서의 덕목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여성이 국왕에게 검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건 1000여 년 영국 대관식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모돈트가 입은 옷은 영국 디자이너 사피야(Safiyaa)가 이번 대관식을 위해 맞춤 제작한 것으로, 가격은 1195파운드(약 199만원)로 알려졌다. 이 옷에 수놓인 고사리는 추밀원의 상징이다. 모돈트는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대관식에서 보검을 전달할 때엔 전통적으로 검은색과 금색이 조합된 궁정복을 입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색과 복장으로 관례를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 청록색은 모돈트의 선거구인 포츠머스노스(Portsmouth North)의 상징 색이다.

모돈트는 지난 2019년 영국 최초로 여성 국방부 장관을 지낸 외교·국방 전문가로, 지난해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리시 수낙 현 총리와 경쟁했던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는 “보검을 들기 위해 팔굽혀펴기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공수부대원 출신 교사였던 모돈트는 서민층 출신 여성으로 홍보 전문가 이력을 쌓으며 성장했다. 그동안 ‘인지도 부족’이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모돈트는 이번에 ‘대관식 스타’로 발돋움하자, 지난 6일 자기 트위터에 “대관식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 군대와 경찰, 다른 이들이 안전을 위해 몇 시간 동안 행진하거나 서 있었던 것에 비하면 제 일은 훨씬 쉬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