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나이로 생을 마감한 최장수 야생 사자 룬키토. /Lion Guardians 페이스북

세계 최고령으로 추정되는 야생 수컷 사자가 먹잇감을 찾기 위해 민가에 접근했다가 주민들 손에 최후를 맞았다.

13일(현지시각) BBC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 밤 케냐 남부 암보셀리 국립공원과 인접한 올케루니에트 마을에 침입한 야생 사자 한 마리가 주민들이 던진 창에 맞아 사살됐다. 가축을 잡아먹는 등 사람에게 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죽은 사자는 ‘룬키토’(Loonkiito)라는 이름을 가진 수컷으로 2004년에 태어나 19살인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 사자의 수명은 평균 13년·최대 18년 정도이기 때문에, 룬키토는 지금까지 발견된 야생 사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최고령 사자로 불려 왔다.

케냐 야생동물 보호국 대변인 폴 지나로는 “룬키토가 케냐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으나 무척 늙은 것은 사실”이라며 “매우 허약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공원 안에서는 먹잇감을 찾기 어려워 종종 마을에 들어가 방황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공개된 룬키토의 모습. /Wildlifer Sathish 유튜브 영상

평균 수명을 훌쩍 넘겨 살아온 드문 경우였기에 야생동물 보호단체 ‘사자지킴이’(Lion Guardians)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며 룬키토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룬키토는 자연 생태계에서, 아마 아프리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수컷 사자였다”며 “회복력과 공존의 상징인 룬키토의 죽음은 케냐 국민과 사자들 모두에게 슬픈 일”이라고 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국립공원 내 사자들의 먹이 활동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사자들은 공원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민가의 가축을 공격하는 사례로 이어졌다. 계속된 피해에 주민들도 야생동물을 사살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론자 폴라 카훔부는 “인간과 야생동물 간 갈등의 한계점”이라며 “우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로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자지킴이 측도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자는 가축을 노리고, 이미 많은 가축을 잃은 주민들은 이를 경계하고 있다”며 “사람과 사자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