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해 8월 방한 중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우리는 지금 미래 세대를 위해 독재 주의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미 연방 하원에서 민주당을 이끌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이 17일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ALC) 개막식에 영상 축사를 보내왔다.

펠로시는 ALC의 주제인 ‘격변의 시대: 협력과 혁신의 길을 찾아서’에 대해 언급하며 “오늘날 독재자들이 권력을 얻어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주권과 영토를 침범하는 무자비한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를 위협하는 러시아, 중국, 북한 등에 대응한 민주주의 진영의 협력을 호소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며 “지금 우크라이나의 영웅들이 자국과 세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공동체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잔학한 행위에 함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국회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한 그는 “중국에 대만을 고립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경고했다”며 “미국은 대만과 함께 단결해 자유롭고 번영하는 민주주의를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중국과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이전 시도 등을 거론하며 “핵확산 방지가 굳건한 집단적 안보의 한 축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17일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ALC)에서 화상으로 축사를 하고 있다. /이현택 기자

미 정계의 대표적인 대북(對北) 매파인 그녀는 “북한은 터무니없는 미사일 발사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는 안전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도 계속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 하원의 명예의장으로서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ALC에서 연설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매년 전 세계 존경받는 리더가 모여 가장 시급한 세계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에 참석한 차세대 리더, 특히 젊은 여성에 존경을 표한다”고 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다섯 아이를 기르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막내가 고교생이던 47세에 처음 연방 하원 의원에 출마해 미 역사 최초 여성 하원 의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