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 주최 '2023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 '현 글로벌 이슈에 대한 보리스 존슨의 통찰' 세션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발언을 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LCD가 무슨 뜻일까요? 액정 디스플레이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자유(Liberty), 자본주의(Capitalism), 민주주의(Democracy)의 약자입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총리는 17일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연사로 나서 “한국은 2차 대전 후 LCD, 즉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택하면서 놀라운 나라로 재탄생했다”며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최고의 증명은 바로 이곳 서울”이라고 했다. 존슨 전 총리는 “어제저녁 윤 대통령과 장시간 만찬을 가지며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갖는 위상에 대해 논의했다”며 “한국과 영국은 방산, 친환경기술, 원전 등에서 앞으로 더 협력해야 하고, LCD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해 세계에 더 많이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존슨 전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등 국제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LCD를 택했기 때문”이라며 “푸틴에게 가장 큰 위협은 우크라이나의 번영을 본 러시아 국민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고, 이에 신생 민주주의를 짓밟고자 침공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전 세계는 한국이 취한 위치를 확인했고, 한국은 세계를 위해 옳은 일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 주최 '2023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 '현 글로벌 이슈에 대한 보리스 존슨의 통찰 세션'에서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발언을 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존슨 전 총리는 “어떤 학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은 워싱턴과 베이징의 팔씨름’이라고 이야기한다”며 미·중 패권 경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중 충돌을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개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유명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패권국 스파르타가 신흥 강국 아테네와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착안,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존슨 전 총리는 “갈등과 분쟁은 필연적이지 않으며, 미국에서 중국으로 헤게모니가 전환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에는 저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투키디데스 함정 비유에 따르면 패권국 스파르타가 미국, 신흥 강국 아테네가 중국인데, 이 비유는 거꾸로 됐다고 본다”며 “개방적이고 자유무역을 했던 아테네가 미국이고, 교역 등에 폐쇄적이었던 스파르타가 중국”이라고 했다.

존슨 전 총리는 “아테네는 인류에 유산을 많이 남긴 반면 스파르타의 철학, 과학, 미술에 대해선 알려져있지 않다”며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연대’가 문화적, 경제적으로 번성했으며 뛰어난 문화는 LCD에 기반을 두고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중을 향해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 중 스푸트니크를 맞은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한 뒤 “가장 효능 있는 백신은 바로 LCD 국가의 제약 회사가 만들었다”고 하기도 했다.

존슨 전 총리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고, 워싱턴 선언 자체가 김정은의 행동에 대한 억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러시아, 중국 같은 북한의 조력자를 무시하면 안 된다”면서도 “중국을 악의 세력으로 묘사하거나 궁지로 몰아선 안 된다. 중국과의 냉전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이어 “관건은 ‘중국이 핵심적 인프라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둘 것이냐’다. 그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라고 했다.

존슨 전 총리는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도한 정치인이다. 런던시장과 외무장관을 역임했던 그는 2019년 총리직에 취임한 뒤 지난해 9월 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