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WC 애틀랜틱 칼리지 재학생들./UWC 애틀랜틱 칼리지 인스타그램

지난 주말 바람 부는 영국 사우스웨일스 해안선에 있는 한 학교에 유럽 왕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 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해 자녀들의 졸업을 축하하려는 학부모들이 몰려들면서다.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세기 지어진 세인트 도나 성에 자리잡은 UWC 애틀랜틱 칼리지의 졸업식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유럽의 왕 두 명이 이 학교를 방문했다. 네덜란드의 빌럼 알렉산더 국왕과 스페인 국왕 필리페 6세는 각각 자신들의 딸인 알렉시아 공주(17)와 레오노르 공주(17)의 졸업식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필리페 6세도 과거 이 학교에 재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노르 공주는 필리페 6세의 두 딸 중 맏이로, 현재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이들은 학교 앞 잔디 밭에서 가족들끼리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공주들은 가족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NYT는 UWC 애틀랜틱 칼리지가 젊은 왕족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윈저 성의 그늘에 있는 영국 이튼 칼리지나 스위스의 최고 명문 사립학교 르 로제보다 더 많은 왕족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 앞서 2021년 벨기에 엘리자베스 공주가 이 학교를 졸업했고, 레오노르 공주의 여동생 소피아 공주도 올 9월 언니의 뒤를 따라 이 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많은 왕족들이 이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NYT는 영국 사회 잡지 태틀러의 교육부문 편집장 토리 카도간을 인용해 “UWC 애틀랜틱 칼리지의 매력은 ‘의도적 다양성’과 세계평화에 뿌리를 둔 긍정적 이데올로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UWC 애틀랜틱 칼리지는 문을 연 1962년도부터 ‘다양한 학생 집단’을 우선순위로 둬 왔다. 학교는 홈페이지 성명에서 “문화와 국가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모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 학교의 2년 과정 학비는 8만2000달러(약 1억865만원)다. 많은 왕족과 부유층 자녀들이 재학 중이긴 하지만, 그 외의 다른 가정환경 출신의 학생들도 다니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전쟁 피해를 입은 학생이나 난민 등이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또 “롤렉스는 집에 두고 와(Leave the Rolex at Home)”라는 재치있는 소제목을 달아 ‘과도한 부의 과시 금지’라는 교내 규칙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값비싼 시계나 디자이너 제품을 착용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했다. 또 “교내에서는 휴대전화 신호 수신이 어렵다”며 “교사와 학부모들이 기뻐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