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이 오가는 도로를 기어다니고 있는 모르몬 귀뚜라미 떼. /@LincolnGraves 트위터

미국 네바다주 북부의 한 마을에 ‘모르몬 귀뚜라미’로 불리는 곤충 떼가 출몰해 거리와 건물을 뒤덮고 있다.

트위터와 틱톡 등 여러 소셜미디어에는 최근 네바다주 엘코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현상을 포착한 영상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모르몬 귀뚜라미들이 떼를 지어 사방을 뒤덮은 소름 돋는 모습이 담겼다. 도로 등 길바닥은 물론이고 건물 벽면과 기둥, 창문 등도 이 곤충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아 빈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한 가정집 건물 외벽과 기둥 등이 모르몬 귀뚜라미 떼로 뒤덮여 있다. /auntie_coolette 틱톡

영상을 올린 네티즌들은 “저것들이 말 그대로 사방에 있다. 정말 역겹고 소름 끼친다” “동네와 시내 전체에 이 곤충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 집은 물론 이웃집도 마찬가지다” “매일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집 전체가 벌레에 휩싸여 밖에 나갈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주민은 NBC 인터뷰를 통해 “15년간 이 도시에 살았지만 최근 곤충 떼의 출몰이 더 심해졌다”며 “도로 위 사체들이 길을 미끄럽게 만들어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한 도시를 완전히 뒤덮은 모르몬 귀뚜라미는 사실 귀뚜라미가 아닌 여칫과의 곤충이다. 1800년대 모르몬교도들이 정착한 유타주 지역에 떼로 나타나 경작지를 망쳤던 사건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성체 크기는 3.8∼5㎝ 정도로 날지 못하고 땅바닥을 기거나 뛰어다닌다.

도로를 뒤덮은 모르몬 귀뚜라미 떼. /@LincolnGraves 트위터

단백질 섭취를 위해 동족끼리 잡아먹는 습성이 있어 퇴치도 어렵다. 사체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개체를 유인하는 미끼가 되기 때문이다. 모르몬 귀뚜라미의 출현은 농민들에게도 치명적이다. 농작물을 먹어 치우는 것뿐만 아니라, 대규모 개체가 토양 침식과 수질 악화 등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여러 외신에 따르면 모르몬 귀뚜라미는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에서 잘 번식하는데, 최근 미 서부에 가뭄과 온난화가 심해지자 이들의 개체 수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네바다주 당국은 주요 고속도로를 따라 살충제와 곤충 성장 조절제 등 약품을 살포해 왔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