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림수산성에서 만든 '쌀 소비 촉진' 페이지. /일본 농림수산성 홈페이지

최근 쌀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일본에서 쌀 판촉 캠페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쌀로 밥이 아닌 다른 음식을 만드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부터 일본농업협동조합연합회와 맛집 안내 사이트인 ‘구루나비’가 합작해 일본 전역의 식당 400여 곳에서 돈부리(덮밥) 판매 촉진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일본 NHK가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식당마다 특색이 있는 돈부리 메뉴를 집중 홍보하고, 메뉴별 인기 투표 등의 이벤트가 진행된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최근 쌀 소비 확대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식 홈페이지에 ‘역시 밥이죠!’라는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었다. 도쿄 도심 지요다구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얼마 전 바질 소스를 곁들인 양고기 돈부리를 신메뉴로 내놓는 등 양식당들도 밥을 활용한 퓨전 메뉴 개발에 들어갔다.

이처럼 민관이 함께 쌀 소비 캠페인에 나선 것은 쌀 수요 급감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이날 일본의 쌀 유통업체 마키노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하루에 쌀밥을 한 끼만 먹는 일본인이 68.1%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1962년 연간 쌀 소비량이 최고 118㎏에 달했고 한 사람당 하루 평균 5번 쌀밥을 먹던 국가였으나,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 수준인 50.8㎏까지 떨어졌다. 식탁에서 쌀밥이 사라지면서 일본에서 60년 넘게 전기밥솥을 생산·판매해 오던 파나소닉은 올해 초 자국 내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쌀보다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게 돼 쌀 소비 급감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음식 칼럼니스트 사카모토 유카리는 “일본에서도 이전보다 빵의 질이 좋아지고 빵집도 늘어나면서 선택권이 늘어났다”며 “젊은이들은 요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통적 밥, 국보다 간단한 음식을 선호한다”고 했다.

일본 내 쌀 생산자들은 쌀 판촉 외의 다양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우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의 쌀 수출은 2014년 4515t에서 2021년 2만2833t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BBC는 “수출량은 일본 국내 쌀 생산량의 0.5% 미만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남아도는 쌀을 밥 대신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야마가타대학은 “세계 최초로 쌀을 원료로 한 대체육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쌀 도매 기업인 신메이 홀딩스도 지난해 쌀을 활용해 만든 비건(채식주의자)용 치즈를 발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