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송윤혜

지난 8일 중국 간쑤성 란저우시 당서기(일인자)에 오른 장샤오창은 48세다. 싱가포르의 중국어 일간지 연합조보는 10일 “장샤오창은 중국의 ‘최연소 성도(省都) 수장’”이라면서 “중국에서 젊은 정치 신성(新星)이 적극적으로 기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장샤오창이 기성세대 정치인과 다른 점은 또 있다. 그는 저장림학원(현 저장농림대) 졸업 후 미 뉴저지주(州) 킨 대학에서 공공관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유학파다. 귀국 후 더칭현(縣) 당서기, 저장성 타이저우시장, 광둥성 산웨이시 당서기 등을 거치며 ‘최연소 간부’ 타이틀을 줄줄이 달았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 3기 들어 급부상하는 ‘치링허우(七零後)’의 대표 주자다. 치링허우는 중국의 1970년대 출생자를 뜻하는 말로 ‘X세대’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글로벌 정계에서 치링허우·X세대 등 1970년대생 ‘신(新)엘리트’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주요국의 국가 수장이 이들로 잇달아 바뀌고 있고 미국의 차기 대선 주자 중에도 1970년대생이 주요 후보로 다수 등장했다. 이들은 기존의 정치적 문법은 배제하고 자신의 남다른 개성과 실력, 그리고 엘리트성을 앞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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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지난해 시작된 ‘시진핑 3기’ 들어 치링허우들이 지도자로 약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새로 출범한 ‘수퍼 금융 규제 기구’인 국가금융관리총국 수장에 오른 1970년생 리윈쩌(당시 쓰촨성 부성장)가 대표적이다. 치링허우의 첫 장관급 진출 사례다. 이어 5월 31일에는 장관급인 공청단(중국 공산주의 청년단) 수장에 역시 1970년생인 아둥 당시 지린성 선전부장이 올랐다. 아둥은 베이징대 도시환경학과 박사 출신이다. 그는 최근 중국 정치권에서 힘을 못 쓰는 공청단 내부 개혁 임무를 받았고, 개혁에 성공할 경우 무난하게 최고지도부에 오를 전망이다.

중국의 급부상하는 치링허우 지도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명문대를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기술 전문가라는 점이다. 이전 세대 지도부는 중국의 문화혁명 때 어린 시절을 보내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시진핑처럼 하방(下放·농촌으로 내려가자는 정치 운동) 경험을 한 이도 적지 않았다는 점과 차별된다. 미·중 갈등이 기술 분야에서 격화되는 상황에 중국의 기술 자립을 추구하는 시진핑이 치링허우를 본격적으로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에서 차관급 이상 보직을 맡은 치링허우는 100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약 170명에 달한다. 시진핑이 류링허우(1960년대생)를 건너뛰고 치링허우를 후계자로 삼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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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에서도 1970년대생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고 있다. ‘플로리다의 트럼프’로 불리는 1978년생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를 놓고 겨루고 있다. 아직은 트럼프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10명이 넘는 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넘버2′가 디샌티스다. 디샌티스는 트럼프와 비슷한 극단적 보수에 속하면서도,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평을 받는다. 변호사 출신으로서 통계와 법률에 강하다는 점을 내세워 보수의 가치를 정책으로 구현한다는 것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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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생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대사도 정치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계 여성인 그는 2010년 미 역사상 최연소로 주지사(사우스캐롤라이나)에 당선됐었고, 차기 대선의 공화당 경선 후보 10여 명 중 유일한 여성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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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파라과이에서는 1978년에 태어난 산티아고 페냐 후보가 중국을 등에 업은 야권 연합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지난 4월 대통령에 당선돼 다음 달 취임을 앞두고 있다. 중남미에 막무가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창궐하는 가운데 페냐는 미 컬럼비아대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파라과이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근무한 ‘경제통’으로서의 강점을 국민에게 내세워 지지를 받았다. 애초 중국과 대만의 대리전 양상으로 주목받았던 대선에서 그는 “1957년 수교한 대만과의 의리를 지키겠다”고 약속했고, 11일 당선인 신분으로 대만을 방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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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지난 5월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른 태국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는 1980년생 동갑내기다. 둘은 모두 ‘경제 엘리트’로 꼽힌다. 수낙 총리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일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딴 실력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영국의 경제 위기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워 총리에 올랐다. 피타는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에서 각각 정책학·경영학 석사를 딴 엘리트 유학파로 지난 5월 그가 이끄는 전진당이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최다 의석을 거머쥐었다. 총리 취임을 위해선 여전히 다른 당과의 연대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총리 선출을 위한 의회 투표는 1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