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달린 올리브 열매들. /로이터 뉴스1

인류 탄생 이후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 온 식물성 기름으로 여겨지는 올리브 오일이 위기에 빠졌다.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흉작이 이어지며 머지않아 품귀 현상까지 빚어질 거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리브 주산지인 유럽 남부 지역을 강타한 폭염에 올리브 오일 업계가 위기에 빠졌다고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올리브 생산 약 절반을 담당하는 스페인의 올해 예상 수확량은 85만 톤이다. 최근 10년간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던 작년(66만 톤)보다는 늘어난 수치지만, 평균인 130만 톤에 비교해서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원인은 개화기에 불어 닥친 폭염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예상치는 하절기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전 나온 것이어서 실제 수확량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스페인에서는 엄청난 무더위로 곳곳이 바짝 메마른 탓에 산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카나리아 제도 라팔마에서 시작된 불은 산림 4600헥타르와 건물 20여 채를 태우고도 꺼지지 않았고, 남부 지역 최고기온은 47도까지 치솟았다.

세계 최대 올리브 오일 생산업체인 필리포 베리오의 영국 법인장 월터 잔레는 “지난해에는 이월 물량이 남아있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없는 상태”라며 “더불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의 올리브 생산량도 줄 것으로 전망돼, 스페인이 85만 톤을 생산해낸다 해도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오는 9월쯤이면 보유한 물량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소비량이 유지된다면 11월 이전에 세계 곳곳에서 품귀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1월은 그해 수확한 올리브가 오일로 가공되는 시기다. 이미 지난해 초 영국에서는 올리브 오일 도매가가 2배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로 전 세계 밥상 물가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는 ‘국민 소스’로 불리는 스리라차(Sriracha) 소스의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해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주원료인 붉은 할라페뇨 고추의 생산지가 가뭄에 허덕여 공급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토마토값이 반년 만에 5배 폭등했다. 수도 뉴델리 물가를 기준으로 토마토 1㎏의 소매가가 휘발유 1ℓ당 가격보다 더 비싼 상황이다. 이 역시 원인은 더위다. 지난달 전 세계가 ‘역대 가장 뜨거운 6월’을 기록했고, 인도는 일일 최고기온이 40~45도인 날이 며칠간 계속되면서 3일 새 50여 명이 사망하는 비극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