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말라 죽은 애리조나주의 사구아로 선인장.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남서부에 약 한달째 극심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폭염은 덥고 건조한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이 말라 죽고, 야생 곰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가정집 수영장을 찾을 정도로 이어졌다.

29일(현지 시각)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지역 명물로 꼽히는 사구아로 선인장이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장을 못 하고 있다.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원래 덥고 건조한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마저 말라 죽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개된 사진을 보면, 초록빛이 돌아야 할 선인장이 검게 변해 있다.

앞서 피닉스에서는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2주 넘는 기간 밤 최저기온이 섭씨 32도가 넘는 상태가 지속됐다. 26일 더위가 한풀 꺾이나 싶더니 27일부터 다시 최저기온이 35도를 기록했다. 최고기온은 연일 43도를 넘겼다.

폭염에 말라 죽은 애리조나주의 사구아로 선인장. /로이터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선인장까지 말라 죽게 만든 더위에 우려를 표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사막식물원 과학책임자 킴벌리 맥큐는 “사구아로 선인장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안쪽부터 썩어가면서 땅바닥에 쓰러지고 있다”며 “애리조나의 기록적인 고온과 몬순(계절풍)의 부재가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구아로가 더위와 건조한 환경에 아름답게 적응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애리조나 소노라 사막박물관의 식물학자 에릭 레이크스트로도 “일반적인 몬순의 영향을 받으면 사구아로의 생존을 돕는 다른 식물들이 지금쯤 상당히 무성해지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아 사구아로가 성장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극심한 더위로 야생곰이 가정집에 침입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곰들이 더위를 식힐 물가를 찾다, 가정집 수영장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주택 수영장에 등장한 야생 곰. /버뱅크 경찰 트위터
라 카냐다 플린트리지의 한 주택 수영장에 나타난 야생 곰 두 마리. /KTLA

캘리포니아 버뱅크 경찰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곰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가정집 수영장을 찾았다가 발견됐고, 경찰이 출동했다”고 했다. 경찰이 올린 영상에는 버뱅크의 한 가정집 수영장에 커다란 흑곰 한 마리가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불과 3일 전에도 라 카냐다 플린트리지의 한 주택 수영장에서 곰 두 마리가 포착됐다. 당시 어미와 아기로 보이는 곰들은 수영장에서 한참을 물장구치다 사라졌다.

지역 경찰과 야생동물 관리 당국은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찰은 “곰이 찾아오지 못하도록 음식물 쓰레기를 바깥에 내놓지 말라”고 했다.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은 “올 여름 수영장에서 곰을 발견할 경우, 몸을 피하고 911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다.

한편 미국 남서부 지역을 강타한 ‘열돔(heat dome)’ 현상이 최근 북동부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미국 전역이 폭염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미 기상청 특보에 따르면, 서부 캘리포니아주부터 동부 매사추세츠주까지 미 전역 27주 1억2000만명이 폭염 경보와 주의보 영향권에 포함됐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상 고온에 대한 백악관 대책 회의 후 대국민 연설에서 “기후 위기를 부인해 온 사람들조차 극심한 더위가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며 “미국에서만 폭염 사망자가 매년 600명 이상 발생하고 있고 이는 기후로 인한 사망 원인 중 1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날씨 예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자금 지원, 서부 전역에 깨끗한 식수를 보장하기 위한 보조금 지원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