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영국 시민들/영국 교통 당국

영국 정부가 횡단보도 초록 신호등 시간을 현재보다 20% 길어지도록 지침을 변경한다. 영국인들의 고령화와 비만으로 걷는 속도가 느려지자, 기존보다 보행 신호 시간을 늘려 횡단보도 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취지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교통부는 오는 9월부터 횡단보도 초록 신호 지속 시간을 약 20% 늘린다고 최근 밝혔다. 지금까지는 횡단보도 거리 등을 고려해 초록 신호 지속 시간을 정할 때 보행 속도를 초속 1.2m로 기준 삼았는데, 앞으로는 초속 1m로 기준을 바꿔 초록 신호가 더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컨대 왕복 2차선 도로에 설치된 길이 7m 횡단보도의 경우, 현재 6.1초인 초록 신호 시간이 7.3초로 1.2초(19.7%) 늘어나게 된다

이번 지침 변경은 고령화와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 때 재택근무로 활동량이 줄어든 영국인들의 비만이 심해진 데 따른 것이다. 초록 신호 시간 내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힘겹다는 호소가 많아지면서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영국 일간 데일리스타는 교통부의 현재 신호 지침은 1950년대 초에 마련된 것이어서 지금의 상황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영국 하원이 밝힌 비만 통계에 따르면, 영국 성인 26%가 BMI(체질량 지수) 30 이상으로 비만이고 38%는 과체중(BMI 25~30)으로 집계됐다. 비만과 과체중을 합한 비율은 64%로 30년 전(52.9%)보다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고령화 추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영국 의회에 따르면, 약 19%인 영국의 고령자(65세 이상) 비율은 오는 2043년엔 24%로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