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텍사스 주의회 앞에 감옥 그림이 그려진 간이 시설물이 놓여 있다. 에어컨 없는 좁은 공간을 체험해 보도록 활동가들이 설치했다. /AFP 연합뉴스

텍사스주(州)를 비롯해 미국 남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지역 교도소 가운데 상당수가 에어컨 등 냉방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감자들은 “감옥에 사는 것이 아니라 ‘오븐’에서 달궈지고 있다”며 “세면대 물을 온종일 틀어 놓고 바닥을 식혀야 가까스로 잘 수 있다”며 영미 언론에 호소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수감자들과의 이메일 인터뷰 등을 전하며 “이들이 갇힌 교도소 온도가 섭씨 46도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8월에 기온이 가장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폭염으로 목숨을 잃는 수감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지난 6월 텍사스트리뷴은 6월 중순 이후 최소 9명의 수감자가 에어컨이 없는 감옥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텍사스주 교도소 중에 에어컨 등 냉방 시설을 완비한 비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대다수 수감자가 한여름 무더위를 참지 못해 침대 시트를 물에 적신 뒤 바닥에 깔고 자는 이유다. 지난해 브라운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1~2019년 텍사스주 교도소에서 사망한 2000명 가운데 약 13%(271명)의 사인이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이었다.

2023년 7월 18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텍사스주 의사당 건물로 시위대가 진입하고 있다. 시위대는 텍사스 주립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으로 수감자들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며 교도소에 에어컨 설치를 요구했다./AFP 연합뉴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텍사스 주의회에서 에어컨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 투입안을 추진했지만, 상원 반대로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교도소를 호텔처럼 만들자는 것이냐”는 입장과 “수감자 인권을 고려하자”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한국의 교도소에는 환자들을 수감하는 의료수용동 복도에만 에어컨이 있고, 일반 감옥에는 수감자들을 위한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텍사스뿐 아니라 플로리다,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등 13주의 교도소에 냉방 설비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나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로 미국 남부 지역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올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남부 지역 폭염은 8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최고 기온이 섭씨 46.1도를 넘어설 것으로, 텍사스주 오스틴과 댈러스도 40.6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