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시내 거리에서 한 남성이 물을 마시고 있다./EPA연합뉴스

이란이 기온 5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란 당국이 이틀간의 공휴일을 선포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각)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당국은 전례 없는 폭염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2일과 3일을 휴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기상청이 남서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50도 안팎까지 오르고, 다른 지역에서도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길 것이라고 예보하자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알리 바하도리 자흐로미 정부 대변인은 “내각은 공중 보건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에 수요일과 목요일(2~3일) 공휴일을 선포하자는 보건부의 제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햇볕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열사병 등 온열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되도록 실내에 머무를 것을 당부했다.

이미 이란 서부 델로란시 지역은 전날 최고기온 50도를 기록했다. 최근 서남부 시스탄-발루치스탄주에서는 폭염으로 1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병원을 찾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이란 남서부 해안의 페르시아 걸프 국제공항에서는 체감온도가 66.7도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두고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더위의 수준을 넘어선다”고 했다.

◇불가마 된 지구촌…미·유럽·아시아 ‘비상’

살인적인 더위가 덮친 곳은 이란뿐만이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 미국 곳곳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낮 최고 기온은 연일 40도를 웃돌고 있고, 사르데냐 섬에서는 낮 기온이 43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폭염이 계속되자 더위를 견디지 못한 관광객과 시민들이 도시 곳곳의 분수대에 머리를 들이미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말 스페인 남부 말라가 공항의 기온은 43도를 넘어섰고, 카탈로니아 북동부 지역의 기온도 45도까지 올랐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에어컨 미작동 여객기 내에서 대기하던 승객들이 줄줄이 실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시아도 극심한 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서부 지역에서는 40도를 훌쩍 넘는 살인적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 CNN은 지난달 31일 보도를 통해 집중호우가 지나간 이후 폭염이 덮친 한국 상황을 조명했다. CNN은 “7월 말 33∼39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폭염 경보가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다”며 “지난 주말 발생한 온열질환자만 1000명이 넘는다”고 짚었다.

◇”폭염은 인류가 만든 기후변화 때문”

전문가는 올여름 살인적인 폭염이 ‘인재’라는 진단을 내놨다. 인류가 유발한 기후변화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국적 기후 연구자 모임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지난달 25일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고 “7월 발생한 폭염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 탓”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12개의 기후 모델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현재 폭염 현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폭염을 겪는 지역들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더 낮은 온도를 유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는 이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을 언제 멈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후에 어떤 일이 닥쳐올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