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으로 ‘유럽의 병자’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독일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이 예상보다 낮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인해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게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EPA 연합뉴스

1일(현지 시각) 찾은 독일 베를린의 ‘니오하우스’ 매장. 베를린의 대표적인 부촌 쿠담거리 한복판에 있는 연면적 2200㎡(약 665평) 규모 3층 건물의 이 매장은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니오(蔚來)’가 작년 말 독일 최초로 문을 연 곳이다. 쇼룸부터 카페, 회의장까지 갖춘 이 매장을 하루 1000여 명이 찾는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카와우는 중국 전기차가 최근 품질력 향상과 함께 싼 가격을 내세우며 독일차를 대체할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쿠담거리에 위치한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하우스 모습. 3층짜리 건물을 카페 등으로 꾸몄다./최아리 기자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유럽 최악의 경제난에 몸살을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3%로 G7(7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업 쇼크가 고용 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가운데, 소비자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내수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독일 경제가 의존해온 제조업이 중국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는 점도 경제 회복이 지연되는 요인이다.

심지어는 벤츠·BMW·아우디 등으로 상징되는 독일 자동차 제조 시장이 중국에 빠르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BYD는 지난해 10월 독일에 진출했다. 경영컨설팅회사 알릭스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중국이 107만대로, 독일(84만대)을 앞섰다. 이 회사는 올해 중국이 자동차 판매 업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2023년 7월 13일 독일 뒤스부르크 항만 터미널인 DIT 뒤스부르크 복합 터미널 화물열차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하는 모습. 뒤스부르크는 한때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독일의 '중국 도시'로 불렸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양국 관계를 뒤흔들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화학 회사인 독일 바스프(BASF)는 본사에서 암모니아 생산을 중단한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가스 가격이 너무 높아 더 이상 독일에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 중단 발표와 함께 2600명을 해고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도 독일에 악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율은 19.1%다. 한국(27.5%)과 마찬가지로 제조업 비율이 높고 덩달아 최대 수요처인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독일의 대중국 교역액은 1058억9560만달러(약 136조3000억)로, 유럽연합 전체 교역액(3991억7200만달러)의 26.5%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입을 의존해온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자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독일의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일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5월 6.1%에서 6월 6.3%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유로존(유로 사용 20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1%에서 5.5%로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에너지 가격 폭등 여파로 대중교통 물가 상승률은 112.8%에 달했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독일의 국민 간식인 케밥 가격은 1년 전만 해도 6유로(약 8500원) 안팎이었다가 최근 최근 10유로(약 1만4000원) 수준으로 뛰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고기나 생선 등 푸짐한 식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독일인이 작년 기준 11.4%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지난달 31일 공개됐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 조사 결과인데, 1년 전에는 10.5%였던 이 비율이 1%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독일인 25%가 이번 여름 휴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