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납치하고 있는 필리핀 30대 남성. /피해 아동 어머니 페이스북

필리핀에서 한인 교민의 자녀가 납치됐다가 7시간여만에 구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어제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 1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우리 공관은 사건 접수 후 현지 치안 당국과 긴밀히 협력했으며 사건 발생 당일 범인은 검거됐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현지 언론에도 보도됐다. 이에 따르면 범행은 10일 오전 11시 37분쯤 필리핀 세부 만다우에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30대 현지 남성 A씨가 한인 교민 거주지에 침입한 뒤, 8살 여아를 여행 가방에 넣어 납치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에는 밝은 대낮, A씨가 검은색 캐리어를 끌고 도로를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A씨는 검은색 긴 바지와 파란색 긴팔 후드티를 입은 채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A씨는 현지 교민들의 적극적인 제보와, 우리 대사관 및 현지 경찰의 신속한 공조로 범행 약 7시간만에 체포됐다. 납치됐던 어린이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다만 아이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아동 어머니는 "(범인이) 내 아이를 납치해놓고 웃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페이스북

피해 아동 어머니 B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딸 얼굴에 약간의 타박상과 긁힌 흔적이 있지만,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며 “만다우에 경찰은 물론 많은 사람이 신속하게 조치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순진하고 착한 딸이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내 딸을 위한 정의를 위해 힘써준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했다.

B씨는 검거된 A씨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 속 A씨는 철창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브이(V) 표시를 해 보이고 있다. 이에 B씨는 “내 아이를 납치해 놓고 웃고 있다”며 “범인은 내 아이의 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고, 여행 가방에 밀어 넣었다. 악마와도 같은 사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까지 A씨의 범행 동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현지 경찰은 “만다우에 8살 어린이 납치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용의자가 왜 여행 가방 안에 아이를 넣어 납치하려 했는지, 그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