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지난 9일(현지 시각) 새까맣게 탄 마우이섬 라하이나 도심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 하와이주(州)의 유명 휴양지인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가운데 현지 주민들은 당분간 휴가를 위한 섬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13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대형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마우이섬을 찾은 일부 관광객들은 평소처럼 휴가를 즐기고 있다.

한 마우이섬 주민은 “우리 주민들이 (산불을 피하려다)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바로 다음날 관광객들이 같은 물속에서 수영을 했다”며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 하와이 주민은 수영, 스노클링, 서핑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주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비극을 즐기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은 없다”며 “주민들이 살고 있는 하와이와 그들(관광객들)이 살고 있는 하와이, 이제 두 개의 하와이가 있다”고 했다.

하와이 출신인 영화 ‘아쿠아맨’의 주인공 제이슨 모모아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우이는 지금 당신이 휴가를 보낼만한 장소가 아니다”라며 관광을 위한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모모아는 “여행을 하지 말라”며 “이렇게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섬에 당신이 있어야 한다고 자신을 납득시키지 말라”고 했다.

현지 관리들도 필수적인 목적이 없는 여행객들에게 마우이섬을 떠나줄 것을 요청했다. 섬 방문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계획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8일(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교회와 선교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우이섬에서는 지난 8일 시작된 산불로 최소 93명(12일 오후 10시30분 기준)이 숨졌다. 갑자기 산불이 번지자 다수의 주민들이 불길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끝내 숨졌다.

마우이섬 산불 피해는 소방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인 1918년 미네소타주 클로켓에서 453명이 희생된 산불 이후 105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큰 산불 피해다. 구조대가 화재로 불탄 주택 등의 잔해를 아직 수색 중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 언론들은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최소 수백명, 최악의 경우 1000명 이상에 달할지 모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마우이 전체 인구는 16만여 명이며 피해가 가장 큰 서부 해안 라하이나 지역엔 1만2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