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알프스 샤모니 몽블랑. /AFP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수십 년 전 행방이 묘연해진 실종자들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각) CNN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한 산악가이드는 지난 18일 현지 남부 동티롤의 슐라텐키스 빙하 해발 약 2900m 지점에서 남성 시신 1구를 발견했다. 숨진 남성은 37세 오스트리아인이며, 22년 전인 2001년 스키 투어 장비를 들고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남성의 것으로 보이는 배낭이 함께 발견됐다. 그 안에는 현금과 은행카드 그리고 운전면허증 등이 들어있었다. 아직 시신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비교적 빠르게 신원을 추정할 수 있었던 이유다. 보다 정확한 결과는 몇 주 뒤 나올 예정이다.

현재 알프스 빙하와 만년설은 지구를 덮친 이상고온 현상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역대급 속도로 얼음이 녹자 그 안에 묻혔던 실종자들의 시신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스위스 마터호른에서 2019년 3월 사라졌던 이탈리아 스키 행락객의 시신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스위스 체어마트 테오둘 빙하 일대에서도 1986년 실종된 독일인 등반가의 시신과 그가 신던 등산화 등이 발견됐다.

이번에 시신을 찾은 슐라텐키스 빙하는 오스트리아에서도 가장 빨리 녹는 빙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린피스는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이곳에서 무려 60~100m가량의 빙하가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군다나 최근 강설량이 줄어들어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 빙하학자 린제이 니콜슨 박사는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배기가스를 방출한다면 다가올 세대는 빙하가 사라진 알프스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슬픈 일”이라고 했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도 “2100년이면 알프스 빙하 대부분이 사라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