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크루즈 선박이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항구를 떠나자 NGO 활동가들이 '크루즈 관광'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최근 세계 유명 관광지들이 대규모 방문객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각종 규제를 신설 중인 가운데, 각국 항구 도시에서도 크루즈 선박의 입항을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메인주(州) 항구도시 바 하버는 유람선을 타고 온 관광객 중 항구에 내릴 수 있는 인원을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주민투표를 실시해 통과시켰다.

알래스카주 주노에서도 내년부터 950명 이상 태울 수 있는 대형 선박은 하루 5척만 입항할 수 있도록 통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2019년부터 관련 작업에 착수해 왔으며 올해 초 크루즈 업계와 이 같은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유럽 내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당국은 관광객 수를 통제하고 도시 오염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항구 터미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역시 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며 터미널 한 곳을 폐쇄했다.

이런 흐름은 대규모 관광객들로 현지 주민들이 일상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등장했다. 바 하버의 경우 인구는 5200여명에 불과하지만 4000여명을 수용하는 크루즈 여러 대를 매일 받고 있다. 때문에 도심 통행 문제가 발생하는 등 마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노르웨이 등의 활동가들은 크루즈 관광객이 몰려드는 데 대한 항의 시위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는 한 시위대가 관광객을 ‘기생충’이라고 표현한 플래카드를 내걸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유명 관광지에서 방문객들을 제한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대부분 관광업이 지역 경제를 이끌고 있는 곳이지만, 주민들은 생업의 피해를 감수하고도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꿈의 관광지’로 불리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바퀴 달린 여행 가방(캐리어) 끌기를 금지한다는 규제가 생겨났다. 이 지역은 자갈로 포장된 길거리가 명물인데, 캐리어가 돌바닥을 지나며 내는 소리에 지역민들이 고통 받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대안이다.

세계적인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도 내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1인당 10달러(약 1만3000원)의 관광세를 걷기로 했다. 관광객 급증으로 쓰레기가 늘고 일부 비매너 관광객의 사건·사고가 늘자 나온 정부 정책이다. 이외에 오스트리아 유명 관광지이자 세계유산인 할슈타트 마을에서도 하루 관광객 수 제한을 도입하자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