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월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및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스1

올해 영국·독일과의 ‘수교 140주년’을 맞아 다양한 문화·외교 교류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75년 전인 1948년 정식 출범했는데, 수교 140주년이라는 표현이 왠지 어색하다. 또 우리나라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영은 1949년, 한독은 1955년 수교했다. 하지만 한독과 한영은 140년 전이자 조선 고종 20년인 1883년을 ‘깊은 인연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같은 해 11월 조영수호통상조약(朝英修好通商條約)과 조독수호통상조약 등 통상조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 맺은 통상조약을 대한민국이 그대로 이어간다는 ‘국가 승계’ 개념이 동원됐다.

작년의 경우 ‘한미 수교 140주년’이었는데, 조미수호통상조약이 1882년 체결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공식 수교한 해는 1949년이지만, 한미는 이 조약 체결을 한미 관계 시초로 본다. 다만 일본과의 통상조약인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강화도조약)가 체결된 1876년은 한일 수교 기점으로 보지 않는다. 1910년 국권 상실 이후, 1945년 8·15 광복을 거쳐 1965년 정식 수교하기까지 한일 관계는 사실상 단절 상태였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통상조약은 제정 러시아 시절인 1884년 체결됐지만, 외교관계 시작은 대한민국·소련이 수교한 1990년을 기점으로 한다. 냉전으로 외교가 단절됐던 동구권 국가들과의 수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수교를 기준으로 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