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이웃’이었던 폴란드가 최근 돌아서고 있다. 무역·난민 문제 등으로 균열을 보이던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0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전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물에 빠진 사람이 붙잡을 수 있는 모든 것에 매달리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물에 빠진 사람은 극도로 위험하며, 구조자를 깊은 곳으로 끌어내려 익사시킬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다 들어주다가는 폴란드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폴란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 일부가 곡물을 이용해 ‘정치적인 연극’을 벌이는 것은 결국 모스크바(러시아) 배우에게 도움을 줄 뿐”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폴란드 등이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연장한 것을 비난한 것이다. 결국 이날 뉴욕에서 만날 예정이었던 두 정상은 회담을 취소했다.

다음 달 15일 총선을 앞둔 폴란드 정치권에서도 ‘반(反) 우크라이나’ 정서가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집권 여당인 법과 정의(PiS)는 선거 기간 폴란드 주권 수호와 자국 농업 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서 시작된 양국 갈등이 격화하면서, 폴란드는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들을 폐기하고 있다. 20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당국에 경고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농산물 관련) 갈등을 확대한다면 우리는 수입 금지 대상에 우크라이나산 품목을 더 추가할 것”이라고 했다. 피오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도 18일 폴란드에 머물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 100만명에 대한 지원을 내년 이후로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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