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EPA

중국이 전 세계에 뿌린 차관의 규모가 약 15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중국은 2013년 시작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개발도상국에게 항만, 도로, 철도, 공항 등 기반 시설을 구축하도록 독려하며 막대한 자금을 빌려줬는데, 투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개도국들은 빚더미 위에 앉게 됐다. 게다가 프로젝트가 시작한 지 10년이 된 올해, 이 중 절반 이상이 만기가 도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이 만기가 도래한 채무국에 추가 대출을 내주지 않거나 고액의 벌칙금리를 설정해, 재정난을 겪는 개도국들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 국가들에 내준 빚이 최소 1조1000억달러(약 1443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절반이 상환 만기가 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차관 약 80%는 재정난을 겪는 개도국들에 빌려준 돈이다. CNN은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앤드매리대 연구소의 에이드데이터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 20년에 걸쳐 조금씩 빌려준 차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면서 “개도국들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는 가운데 상환일을 넘긴 채무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이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여년 중국이 전세계 165개국에 차관을 지원한 가운데 이 차관 55%가 현재 상환만기에 접어들었다. 만기에 접어든 지금의 상황은 개도국들에게 매우 좋지 않다. 전세계적인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개도국들은 자국 통화가치의 심각한 평가절하 압력을 받고 있는 데다, 세계 경제 둔화의 영향을 받아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개도국들의 열악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최근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드데이터 이사이자 이번 보고서 저자인 브래드 팍스는 “이들 차관 대부분은 2013년 중국의 일대일로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면서 “5~7년 유예기간을 거쳐 이제 상환일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전과 지금은 중국의 입장이 정반대가 됐다”며 “당시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 채권 공여국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최대 채무 환수국이 됐다”고 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개도국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했을 경우, 중국만이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전용 계좌를 만드는 계약을 맺었던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채무국에 대한 벌칙금리를 설정하기도 했다. 2017년까지 4년 동안은 채권 금리의 상한이 3퍼센트였던 데 반해 2021년까지 4년 동안은 8.7퍼센트로 3배 가까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은행이나 프랑스, 독일 등 개별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차관에 부과하는 이율은 1퍼센트대로, 이미 2017년에도 다른 국가보다 훨씬 비쌌던 차관 이자를 훨씬 더 높여버린 것이다.

반대로 지원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16년 1500억 달러에 육박하던 지원금은 정점에서 하락해 2020년 1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2021년엔 79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G7(7국)·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과 비교해도 단일 국가로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빌려주는 나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 G7의 지원금 규모는 다 합쳐서 840억달러를 기록했고, 세계은행의 전세계 자금 조달 약속은 총 5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채무라는 목줄을 쥐고 점점 더 ‘국제 위기 관리자’ 역할을 키워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나라에 추가적인 구제금융을 내줄지를 철저히 중국 은행이 처한 위험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팍스는 “실제로 이러한 대출은 중국 은행이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일대일로 차입자에게만 전달되고 있으며, 부채 위기에 처한 모든 국가들이 긴급 구제 대출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겉으로 보면 중국이 이들 국가를 구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중국의 은행들을 구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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