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으로 부상당한 아기가 치료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매일 180명 안팎의 새 생명이 탄생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아이를 안은 산모들의 비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다리가 부러진 채 태어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전력 중단으로 인큐베이터 속 미숙아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매일 180명 정도의 아기가 태어난다.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에 임신했다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은 추산치로만 무려 5만 명이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일찍 태어난 아기들이 얼마 못 가 사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30대 여성 힌드 샴라크도 난민 보호소에서 아기를 낳았다. 가자시티 출신인 그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집을 잃었고 무너진 잔해 속에서 어린 아들과 구출됐다. 만삭이었던 힌드는 곧바로 극심한 진통을 느꼈고 지난달 29일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딸을 품에 안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딸의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는 절망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NBC에 “무탈히 출산한 것에 감사하지만 내 딸은 다친 채로 세상에 태어나야 했다”며 가슴 아파했다.

팔레스타인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있다. /로이터 뉴스1

인근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북부 알시파 병원의 상황은 참담 그 자체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식량이 없어 더 이상의 운영은 불가능하다. 전쟁 여파로 일찍 세상 빛을 본 인큐베이터 속 아기들도 위험에 처했다. 인큐베이터 작동 전력이 없어 서로의 작은 몸을 포개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병원 측은 최근 미숙아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20대 산모 라잔 가잘리도 딸을 예정일보다 일찍 낳았다. 그는 “수 마일을 걷는 도중에 이스라엘 탱크를 목격했다. 너무 무섭고 피곤했다”며 “그래서인지 출산을 빨리하게 됐다. 우리 모녀가 건강한 건 신의 자비”라고 했다. 이어 “딸을 위해 샀던 아기 옷들은 모두 잃어버렸다. 이제는 음식을 찾는 일에만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 의사 마헤스 카미스 서르와나는 “이번 전쟁 때문에 여성이 임신 7~8개월 차에 조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지난달 7일 이래 한달 동안 아기 800명 이상이 태어났다. 전쟁 이전 한달 평균에 비해 2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산부인과 전문의 시린 아베드 역시 “분유를 탈 물도 없고 몸을 따뜻하게 데울 전기 역시 없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죽는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