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한 방역회사 직원이 빈대 제거를 위해 연기를 피우고 있다./로이터 뉴스1

프랑스에 이어 영국과 미국, 홍콩 등에서 빈대가 기승을 부리면서 ‘빈데믹(빈대+팬데믹) 공포’가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 축제 기간인 지난 11∼12일 홍콩 전자 상거래 플랫폼 숍라인에서 해충 방제제와 빈대 살충제 판매가 급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이 기간 하루 판매량이 전체 하루 평균 판매량의 172배에 달했다고 한다. 홍콩 해충 방제 업체 ‘노베드버그-HK’의 프랜시스코 파조스 대표는 “우리는 보통 한 달에 약 400건의 방제 요청을 처리하는데, 지난 사흘간 한 달 치 일을 처리했다”면서 인구 밀도가 높고 고온 다습한 홍콩이 최적의 빈대 서식지라고 우려했다. 홍콩 공항 당국과 철도 당국은 “공항 철도 점검 결과 빈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방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국 뉴욕도 빈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뉴욕에서 빈대가 확인됐다는 신고 건수가 모두 266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특히 브루클린의 빈대 신고 건수는 928건으로 1년 전보다 21% 늘어, 뉴욕 시내 자치구 5곳 가운데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일각에서는 빈대가 확산한 진원지로 지난 9월 말 열린 뉴욕 패션위크 행사를 지목했다. ‘빈데믹’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프랑스 현지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뉴욕으로 대거 출장을 오면서 빈대가 따라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9월 초부터 고속 열차(TGV)·영화관·학교·병원 등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빈데믹 공포가 본격화한 프랑스의 경우, 내년 7월 예정된 파리 올림픽 개최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영국에서는 런던 지하철에서 빈대로 추정되는 갈색 벌레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영상이 지난달 소셜미디어상에서 퍼졌다. 런던교통청(TfL)은 “빈대 확산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철저하게 감시하고 청소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해충 방제 업체 렌토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영국에서 빈대 출몰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 급증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빈대 출몰은 진정으로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파리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당국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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