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2년 헤퍼 프로젝트의 썰 메츠거 사무총장(왼쪽)이 시카고 미드웨이 공항에서 주유엔한국대표부 임병직 대사(오른쪽)와 함께 한국으로 보낼 산란용 종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헤퍼인터내셔널

70년 전 전쟁으로 황폐화된 한국 땅에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가축 3200여 마리를 보낸 헤퍼인터내셔널(헤퍼) 창립자는 댄 웨스트(West)였다. 그런 그의 아이디어를 이역만리 한국 땅을 찾아 실제 행동에 옮긴 인물은 당시 사무총장 설 메츠거(Metzger·2006년 별세)다. 최근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한 메츠거의 장녀 캐슬린은 “얼마 전 아버지가 쓴 일기 중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일한 좋은 소식이란, 그와 그의 자녀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희망)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로지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메츠거는 인디애나주(州)에서 농사를 지으며 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1945년, 헤퍼에서 가축을 운반할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이어 1951년 이 재단의 사무총장 신분으로 구호 수요 조사를 위해 정전 협상이 진행 중이던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본부에 “전쟁으로 아무것도 안 남았다. 당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물을 태평양 건너 한국으로 보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예컨대 헤퍼는 벌 약 150만마리가 담긴 꿀벌 통 200개를 한국에 비행기로 보냈는데 꿀벌은 고도에 민감해 너무 높이 날면 모두 죽을 위험이 있었다. 이를 위해 당시 비행기는 고도를 평상시의 절반 이하(약 4000피트)로 유지해야 했다고 한다.

메츠거의 둘째 딸 바버라는 “헤퍼에서 두세 번 전기(傳記)를 남기자고 연락이 왔지만 아버지는 모두 거절하셨다”며 “대신 아버지가 한 일에 대한 증거로 지금의 한국이 남았다”고 말했다. 메츠거의 가족들은 “한국은 과거 도움을 받던 국가에서 이제 다른 나라를 돕는 국가로 발돋움했다”면서 “이런 변화를 만들어줘서 고맙고 전 세계 많은 사람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