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폭력 시위가 발생해 승용차와 버스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도심이 이민자에 반감을 가진 시위대의 폭동으로 곳곳이 쑥대밭이 됐다. 유럽 주요 도시 중에서도 조용하고 평화롭기로 이름난 더블린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유럽 내 반(反)이민 정서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경찰은 전날부터 밤새 벌어진 폭동과 관련해 최소 3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찰 당국자는 말했다.

이번 폭동의 도화선은 같은 날 오후 발생한 흉기 난동이었다. 40대 남성이 더블린 학교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등교 중이던 어린이 등 5명이 다쳤다. 2명은 중태로 알려졌다.

더블린서 방화·약탈 확산 - 23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일어난 반(反)이민 시위가 방화와 약탈로 번지면서 도로의 차량이 불에 타고 있다. 앞서 이날 낮에더블린의 한 학교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해 학생 3명 등 총 5명이 다쳤다. 이 사건 용의자가 알제리 출신 이민자라는 소문이 퍼지자 분노한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고, 시위대 일부가 도심 상점을 약탈하고 차량을 불태워 과격, 폭력 시위로 격화됐다. /AP 연합뉴스

이 사건 직후 이민자 소행이라는 유언비어가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도심 번화가인 오코넬 거리에서 폭동이 벌어졌다. 300여 명의 시위대가 “그들(이민자)을 내보내라”라고 외치며 상점을 약탈하고 경찰차 11대와 버스 3대, 트램 1대에 불을 질렀다. 흑인 인권 시위 구호를 차용한 ‘아일랜드인 목숨도 소중하다(Irish Lives Matter)’라고 적힌 팻말까지 등장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폭동 여파로 한때 더블린 대중교통이 전면 중단됐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례 없는 폭동에 아일랜드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관련자들은 더블린에 수치심을 가져왔고, 아일랜드에도 수치심을 안겨줬으며, 가족과 자신에게도 수치심을 안겨줬다”고 비난했다. 드루 해리스 경찰청장은 “이런 폭동은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한 장면”이라며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급진화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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