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29일(현지 시각) 미국 내 시크교도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인도 정부 관계자가 연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9월 캐나다 토론토 내 인도 영사관 앞에서 시위 참가자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등신대를 밟고 있는 모습. 지난 6월 캐나다에서도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가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고, 캐나다는 인도 정부가 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지목했다. /연합뉴스

인도 정부 관계자가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을 펼쳐 온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암살 계획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인도 정부 요원에 의해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가 피살당했는데 미국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캐나다와 인도 사이의 외교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국와 인도의 외교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이 2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의 공소장을 분석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암살의 표적이 된 미국 시민권자는 쿠르파완 싱 파눈이다. 파눈은 뉴욕을 기반으로 한 단체인 ‘정의를 위한 시크(Sikhs for Justice)’의 법무 총괄로, 인도 북부의 펀자브주(州)의 독립을 주장하는 열성적인 지지자로 알려졌다. 시크교는 힌두교·이슬람교를 융합해 15세기 펀자브 지역에서 탄생한 종교로, 계급을 나누는 인도 카스트 제도를 반대한다. 시크교 분리주의자들의 목표는 칼리스탄이라고 불리는 주권 국가를 만드는 것으로, 이를 막는 인도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피의자는 인도 국적의 니킬 굽타로 파눈을 암살하기 위해 지난 6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했다고 한다. 굽타는 업자에게 뉴욕에 사는 파눈의 주소 등 정보를 주고, 암살 대가로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를 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업자는 미국 정부 요원이었고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굽타는 경찰 출신인 인도 정부의 보안요원에게 암살 계획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굽타는 암살이 실패로 돌아간 뒤 체코에서 체포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이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암살 표적이 된 파눈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도 정부가 국경을 넘어 테러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같은 인도의 음모는 미국의 주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도 측은 놀라면서 이 사건에 인도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번 문제가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정부가 미국에서 미국 시민을 살해했다면 명백한 주권 침해이기 때문이다. 앞서 캐나다에서도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가 피살됐다. 트뤼도 총리는 “사건 배후에 인도 정부 요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캐나다와 인도 정부는 외교관을 맞추방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계획은 인도 요원에 의해 설계됐고 캐나다에서 일어난 6월 암살 사건과 관련 있다고 (공소장에) 나와 있다”면서 “이는 워싱턴과 오타와, 뉴델리 간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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