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비탈리 김 주지사. /미콜라이우=김신영 기자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州)는 침략국 러시아에 맞선 저항과 승리를 상징하는 도시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에 우크라이나군과 주민이 합심해 싸웠고 결국 러시아군을 몰아냈다. 고려인 후손으로 한국계인 비탈리 김(42) 미콜라이우 주지사는 지난달 30일 주 청사에서 “러시아군은 떠났지만 한 달여간 이어진 러시아 폭격으로 인한 피해를 재건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파괴된 주택이 9000채에 달하는데 지금까지 1400채밖에 재건하지 못했다”며 “전기·가스·수도 등 기반 시설을 먼저 수리해야 하고, 군사적 위협에도 계속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민가(民家)의 재건은 원하는 만큼 신속히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가 지금 일하는 집무실은 러시아 침공 당시인 지난해 3월 29일 아침 미사일 직격탄을 맞아 37명이 목숨을 잃은 기존의 본청사 바로 옆에 있다. 청사 건물 또한 먹다 버린 케이크처럼, 부서지고 일그러진 모습 그대로였다.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의 옛 청사 건물. 지난해 3월 러시아의 폭격으로 부서진 상태다. /볼로디미르 케펠(PIJL)

그는 러시아군 격퇴에 대해 “어떻게 우리가 해냈는지 한마디로 요약하면 ‘운(運)’이었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하루 만에 단결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미콜라이우에 무기를 보내주고 여러 전략을 조언하면서 우리를 도왔다”고 했다. 그는 또 “1만5000~2만명 정도의 러시아군이 도시에 진입했지만 오합지졸도 많았다”고 했다. “총도 없이 수십 명씩 트럭에 타고 돌아다니기만 하는 러시아인들도 있었습니다. 총으로 공격하면 달아나기 바쁘고요. 잡아서 뭐 하는 짓이냐고 하니 상부에서 ‘저 마을 해방하러 가면 주민들이 꽃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교육받았다고 하더군요.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해방’ 선전에 속아서 온 군인도 꽤 있었다는 뜻이지요.”

김 주지사는 격전 당시 소셜미디어에 미콜라이우 상황을 중계하며 유명 인사가 됐다. 러시아인이 조여 오는 상황에도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좋은 아침, 우크라이나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일일 브리핑을 했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선 전장 한복판에서도 죽지 않은 유머와 여유를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통닭은 포크를 절대로 못 이기지!’ 같은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통닭은 러시아 문장(紋章)에 있는 독수리를 비하한 것이고, 포크는 우크라이나의 상징 삼지창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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