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최대 농업 기업 니불론의 안드리 바다투르스키 CEO는 부모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세상을 떴다(지난해 7월 31일)는 소식을 영국에서 들었다. 급히 귀국해 회사 본사와 부모가 미사일에 폭격당한 집이 있는 남부 도시 미콜라이우로 갔을 때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잇따른 미사일 공격이 무서운 사람들은 방공호로 들어가거나 다른 도시로 피란했다. 니불론 창업자인 아버지(올렉시 바다투르스키)의 장례식은 안전 위험 때문에 가족과 직원 두 명 만 참석해 치렀다.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사무실에서 만난 바다투르스키씨는 “러시아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 미사일 46발을 쏘았고 부모님은 방공호로 피신해 있었는데도 화를 피하지 못하셨다. 우크라이나 농업의 ‘영웅’이었던 아버지를 겨냥했다는 의구심을 버리기 어렵다”고 했다. 부사장이던 그는 CEO로 취임해 바로 회사 경영을 챙겼다. 바다투르스키씨는 “하루 앞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웠다. 매 시간 나쁜 소식만 들어오더라”고 했다. 농지 중 상당수가 러시아군에 점령되고, 직원 4만명 중 징병된 직원 611명을 포함해 40%가 피란 등으로 직장을 떠났고 17명이 죽었으며, 관개(灌漑)에 꼭 필요한 댐(노바카호우카의 댐)이 러시아군 공격에 무너졌다는 식의 소식이었다. “남아 있는 직원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우리 곡물 수입이 꼭 필요한 나라들을 위해서라도 ‘불평만은 하지 말자’는 신조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방법을 찾아갔죠.”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지역에 있는 농지의 지뢰를 처리하기 위해 정부에서 ‘지뢰 제거업’ 허가부터 받았다. 전쟁 중 지뢰 제거는 보통 군(軍)의 몫이지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어 직접 지뢰 제거에 나섰다. 부족한 인력은 자동화 투자로 보완했다. 러시아가 미콜라이우 항구발(發) 곡물 수출을 봉쇄하자 2700만달러(약 354억원)를 들여 내륙(이즈마일)에 곡물 창고를 짓겠다고 지난 6월 발표하고, 1000㎞ 떨어진 루마니아 콘스탄차의 항구를 통해 곡물을 수출하는 대안도 마련했다.

바다투르스키씨는 “전쟁 전 7000만t 정도였던 우크라이나의 연간 곡물 수출량이 올해는 4500만t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폭파된 댐 재건과 지뢰 제거 등 장기적 과제도 많아 전쟁이 끝나더라도 곡물 생산·수출 물량이 언제 복구될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수출 감소분(2500만t)은 북아프리카 전체에 수출했던 물량과 맞먹습니다. 기후변화로 농산물 작황이 불안정한 상황에 우크라이나 곡물 공급이 계속 차질을 빚으면 세계 식량 안보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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