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할리우드 배우 덴젤 워싱턴이 넷플릭스 영화에서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 역할로 캐스팅되자 한니발의 고향인 튀니지에서 넷플릭스가 한니발을 흑인으로 묘사했다며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튀니지의 프랑스어 매체 라프레스는 덴젤 워싱턴의 캐스팅을 “역사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엔 이 영화가 “사이비 다큐멘터리”라며 넷플릭스에 제작 취소를 요구하고 튀니지 문화부에 “우리 역사를 도둑질하려는 시도에 대응하라”고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해 1300명이 서명했다.

튀니지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야신 마미 하원 의원은 문화부 장관에게 “튀니지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시민사회의 반응을 듣기 위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튀니지만 연안에 건설한 고대 도시국가 카르타고에서 태어난 한니발은 기원전 3세기 로마와 카르타고의 포에니 전쟁을 이끈 인물이다. 결국 패하기는 했으나 로마를 맹렬하게 위협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오늘날 레바논과 시리아를 포함하는 페니키아 혈통이라는 데 역사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하지만, 그의 피부색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이 같은 논란에 하예트 케타트 구에르마지 문화부 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이 영화는 허구이고 그들의 권리”라며 “한니발은 역사적 인물이고 그가 튀니지인이라는 걸 우리 모두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대신 넷플릭스와 촬영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며 “한 장면이라도 튀니지에서 촬영하고 튀니지를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5월 공개한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에서도 클레오파트라 7세 여왕 역할에 흑인 배우 아델 제임스를 기용했다가 이집트 정부로부터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