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에게 사살된 인질 3명이 남은 음식을 짜내 쓴 것으로 파악된 구조요청 메시지. ‘도와주세요, 인질 3명’이라는 문구가 히브리어로 쓰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지상 작전 도중 오인 사살한 이스라엘 인질 3명이, 당시 남은 음식을 짜내 ‘SOS’(구조요청신호) 메시지를 썼던 것으로 파악됐다.

17일(현지시각)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오발 사건이 벌어진 건물 인근을 수색한 결과 도움을 요청하는 표식이 발견됐다며 이를 공개했다. 인질들은 흰 천에 ‘SOS’와 ‘도와주세요, 인질 3명’이라는 메시지를 히브리어로 썼고 이 과정에서 남은 음식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인질 3명이 도움 요청 신호가 있던 건물에 한동안 머물렀던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15일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세자이야 지역에서 자국 인질 3명을 하마스 대원으로 착각해 사살했다. 희생자는 요탐 하임(28), 사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 등이며 이들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집단농장)를 습격했을 당시 납치됐다. 이스라엘군은 이 3명이 자력으로 탈출했거나 하마스가 버리고 떠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에게 사살된 인질 3명이 남은 음식을 짜내 쓴 것으로 파악된 구조요청 메시지. ‘SOS’와 ‘도와주세요, 인질 3명’이라는 문구가 히브리어로 쓰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당시 군과 마주친 인질들은 비무장 상태임을 알리기 위해 상의를 탈의했고, 막대기에 흰 천을 씌워 만든 ‘백기’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하마스의 유인작전이라고 착각한 군인들은 “테러범”이라고 외치며 곧장 발포했다. 이로 인해 두 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남은 한 명은 부상을 입고 건물 안으로 도망쳤으나 사망했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사건 직후 빠르게 군의 책임을 인정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군과 나는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 이런 사건이 향후 전투에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리차드 헥트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며 군인들이 ‘교전 규칙 위반’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장례식이 열린 샴리즈의 유족은 샴리즈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버려진 데 이어 사살됐다며 눈물을 쏟았다. 샴리즈의 형은 “너를 버린 사람들이 너를 살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고, 어머니는 “너는 지옥에서 70일간 살아남았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내 품에 안겨 있었을 것”이라며 비통해했다. 함께 숨진 탈랄카는 전날 안장됐으며 하임의 장례식은 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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