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 /로이터 연합뉴스

수감 중 실종됐던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에 있는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알려진 나발니 행방이 지난 3주간 묘연해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는데, 비로소 그의 소재가 확인된 것이다.

25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시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나발니는 현재 야말로 네네츠 자치구의 하르프에 있는 IK-3(제3교도소)에 있다”며 “오늘 그의 변호사가 면회했으며 알렉세이는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기 이틀 전인 지난 6일부터 실종됐다. 나발니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235㎞ 떨어진 멜레코보의 제6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는데, 연락이 두절된 뒤 지난 7일과 11일 온라인 법원 화상 심리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나발니는 수감 중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며 교도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온라인으로 재판에 참석해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나발니가 이달 초에도 푸틴 대통령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두고 “푸틴에게만 투표를 안 하면 된다” 등 비판을 해왔던 만큼, 그의 실종에 러시아 정부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번에 나발니 행방이 확인된 건 약 3주 만이다. 그가 이감된 것으로 파악된 제3교도소는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1900㎞ 떨어진 곳으로, 추위가 극심해 변호사 접견은 물론 서신을 주고받는 것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이 열악해 ‘북극 늑대 수용소’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나발니 측근은 이번 이감이 러시아 정부의 의도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나발니의 동료이자 반부패재단 대표인 이반 즈다노프는 “제3교도소는 러시아 최북단에 있는 고립된 교도소 중 한 곳”이라며 “러시아 당국은 분명 대선을 앞두고 그를 격리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발니 보좌관 레오니트 볼코프는 “나발니는 살아 있다. 좋은 소식은 여기까지”라며 제3교도소는 세상으로부터 가능한 최고 수준의 고립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러시아에 반체제 인사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나발니의 안녕과 그의 부당한 구금 상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 정부가 독립적인 목소리에 대해 탄압 수위를 높이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