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정적’인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도소에서 한국 컵라면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고 싶다며 시베리아 교도소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거부당했다.
11일(현지시각) 러시아 법조뉴스 전문 통신사 ‘랍시(RAPSI)’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법원은 교도소 식사 시간과 도서 소지 제한 규정을 폐지해달라는 나발니의 소송을 기각했다.
나발니는 전날 교도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재판에 온라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교도소 내부 규정에 수감자가 아침‧저녁 식사로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 30분’으로 제한한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아침은 10분, 저녁에는 15분으로 식사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고 했다.
나발니는 대법관을 향해 “10분 안에 식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도소 매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바로 ‘도시락’”이라며 “그것을 아무 제한 없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나발니는 뜨거운 물로 만든 라면을 빨리 먹느라 혀를 데었다고 했다.
팔도에 따르면 ‘도시락’은 2022년 러시아 시장점유율 62%를 차지하며 10년간 현지 라면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전쟁 속에서 비축 식량으로 ‘도시락’을 찾는 이들이 많아 오히려 매출이 더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시베리아횡단철도 등 장거리 기차여행이 많은 러시아 특성상 납작한 사각 모양에 든 ‘도시락’이 가방 속에 넣기 좋고,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도 잘 흘리지 않아 다른 라면에 비해 인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나발니는 또 일반적인 수감자들은 열 권의 책을 소지할 수 있지만, 정권에 거스른 수감자나 독방 수감자는 한 권의 책만 소지할 수 있다면서 도서 권수 제한 규정도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발니는 자신이 머무는 시베리아의 감옥이 얼마나 추운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사람들이 왜 모스크바에서 재판받는 것을 선택하는지 아느냐”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어 “판사님들께 말씀드리자면, 재판이 없을 때는 잠을 자는 게 오히려 더 따뜻하다”며 “그래서 얼어 죽지 않으려면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나발니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날 나발니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나발니는 2020년 독살 시도를 당한 뒤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가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 혐의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지난달 6일 이후 온라인으로 참석하던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행방이 묘연해져 신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후 지난달 25일 그가 기존에 수감돼 있던 교도소에서 ‘북극의 늑대’로 불리는 시베리아 제3교도소로 이감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나발니의 측근들은 러시아 당국이 대선을 앞두고 그를 격리하기 위해 교도소 이감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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