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바라보는 신임 내각 구성원들. 앞줄 중앙이 가브리엘 아탈 신임 총리, 뒷줄 왼쪽부터 중앙의 안경 낀 남성이 아탈 총리의 전 연인 스테판 세주르네 신임 외교장관./AP 연합뉴스

최근 프랑스의 최연소이자 첫 공개적 동성애자 국무총리로 취임한 가브리엘 아탈(34)이 전 배우자와 함께 국정을 이끌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그를 정권 2인자인 총리로 발탁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틀 뒤 단행한 각료 인사에서 스테판 세주르네(38) 집권 여당 ‘르네상스’ 대표 겸 유럽의회 의원을 외교장관으로 발탁한 것이다. 아탈은 한때의 반려자를 휘하 각료로 맞이하게 됐다. 세주르네 신임 외교장관은 마크롱의 정치 고문을 지냈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아탈과 세주르네는 2019년 결혼했다. 같은 해 유럽의회 선거에 세주르네가 출마하면서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프랑스는 동성 결혼이 합법이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다닌 아탈과 달리 세주르네는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주저했다고 한다. 준수한 외모의 엘리트 정치인 커플이 유럽 강국 프랑스의 국정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은 BL(Boys Love·미남 캐릭터끼리의 연애를 다룬 만화나 소설)의 장면도 연상시켰고, ‘관계’의 형태에 개방적인 프랑스인들은 이 커플을 열렬히 성원했다. 강력한 좌파·진보 논조로 현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일간 르몽드조차 2021년 “프랑스 최고의 파워 커플 중 하나”라며 이들 부부를 집중 조명했을 정도다.

두 사람이 갈라섰다는 사실은 아탈의 총리 발탁을 계기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이혼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세주르네는 9일 아탈의 총리 발탁 소식에 “우리의 정치적 공약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그의 재능이 필요하다”라며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등 ‘쿨’한 모습을 보였다. 그 직후 두 사람은 내각에서 재회하게 된 것이다. 세주르네는 취임 이틀 만인 13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사생활 존중 분위기가 강한 프랑스에서 연애사로 얽힌 고위 정치인들이 국정 동반자로 함께 일하는 모습은 드문 광경이 아니다. 앞서 2012~2017년 집권했던 사회당 소속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은 2014년 자신의 전 배우자이면서 당대표 및 대선 후보를 지낸 세골렌 루아얄을 환경부 장관에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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