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리 킨은 2017년 12월 뉴욕타임스에 쓴 UFO 관련 기사에서 미 국방부가 UFO와 관련한 비밀 조직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후 정부가 갖고 있는 UFO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중적 요구가 이어졌다. /레슬리 킨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미확인 비행물체)는 사실이고 그것은 존재합니다. 믿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서 ‘UFO 전문기자’로 유명한 레슬리 킨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UFO의 존재를 확신에 찬 어조로 거듭 강조했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연관되는 UFO 문제는 인류의 큰 미제(未濟)이자 논란거리다. 봤다는 사람은 많은데 공인된 증거는 없으니 추측성 공방만 오가는 소재이기도 하다. 킨씨는 공상과학 소설 소재나 ‘밥상머리’ 토론거리로 여겨온 UFO 문제를 최근 몇 년에 걸쳐 주류 사회의 화제로 끌어올린 인물로 꼽힌다. 프리랜서 기자·프로듀서로 일하는 그는 2017년 12월 뉴욕타임스(NYT) 1면에 ‘미 국방부가 오랜 기간에 걸쳐 UFO에 대한 비밀 연구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다’는 내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이 기사는 사실로 드러났고 이후 지구촌 곳곳에 UFO를 둘러싼 폭로와 의혹이 제기됐다.

킨은 2000년 즈음 UFO와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0년 낸 책 ‘UFO: 장군·조종사·당국자들이 밝히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해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UFO: 미지의 탐구’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7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전직 미 국가정찰국장 데이비드 그루시가 “미 행정부가 UFO 잔해를 수거해 인간이 아닌 조종사의 유해를 보관하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청문회는 한 달 전 킨씨가 한 과학 전문 뉴스 사이트에 낸 관련 기사의 후속 조치로 열렸다.

지난해 멕시코 언론인은 '외계인 미라'라며 두 물체를 공개했다. 지난 12일 페루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 이 물체는 사람과 동물 등을 뼈를 붙인 '가짜 미라'라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UFO의 존재가 사실이고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는.

“UFO는 어디서나 볼 수 있지 않은가. 2017년 쓴 기사에 포함된 해군이 촬영한 비디오는 이 주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보여줬다. 2021년 국가정보국장실(ODNI)도 ‘보고된 UAP(미 정부가 UFO를 지칭하는 공식 표현)의 대부분은 (실재하는) 물리적 물체(physical objects)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가능성이 있고 아직 답을 알지 못한다.”

ODNI 발표 당시 NYT는 미 정부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외계 과학 기술의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외계 생명체의 우주선일지 모른다는 이론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라고 했다. 킨은 과거 인터뷰에서 “‘외계인을 믿느냐’는 것은 아직까지 정답이 없어서 사람들의 선택”이라고 했다.

지난 202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 산하 대테러·방첩소위원회 청문회에서 공개된 UFO 관련 영상. /유튜브

-미국 정부는 UFO에 대한 답을 갖고 있다고 보나.

“UFO의 존재를 연구하는 조직에 속한 일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7년 NYT 보도 이후 의회 의원들이 기밀 유지를 조건으로 이 조직에서 많은 브리핑을 받아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비밀이라 대중에게 제공할 수 없을 뿐이다.”

-UFO 존재가 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나.

“미국의 UFO 조사는 군이 주도한다. UFO의 기술은 매우 진보된 기술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내용을 적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셈이라는 뜻이다. ‘하늘에 우리보다 훨씬 우월한 존재가 만든 물체가 날아다니고, 우리는 그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다. 대중을 겁에 질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

-UFO 목격 빈도가 나라마다 다른 이유는.(미 국방부는 지난해 지금까지 UFO를 목격했다는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일본·이라크·시리아 등에서 목격 빈도가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UFO는 대부분 나라에서 목격된다. 다만 (UFO 목격) 신고 시스템이 다르다. UFO를 보고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통계가 취합되지 못한다. 즉 UFO가 특정 지역에 많다기보다, 목격 사실을 신고할 시스템이 더 갖춰졌다고 보는 편이 옳다.”

최근 외계생명체와 관련한 논란 중엔, 지난해 9월 한 멕시코 언론인이 멕시코 의회에서 공개한 물체가 가장 시끄러웠다. 2017년 페루 나스카에서 발견한 외계인 미라라며 흰 물체 두 개를 공개했는데 상상 속 외계인과 모습이 비슷해 화제가 됐다. 결국 이 물체는 누군가 만들어낸 모형에 불과했다. 지난 12일 페루 법의학·고고학 전문가들이 “인간과 동물의 뼈 등을 접착제로 붙여놓은 가짜”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에는 지금도 UFO로 보이는 물체와 관련한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조사한 UFO 신고 영상의 모습. /AARO

-멕시코 ‘외계인 미라’ 소동을 평가해달라.

“그 사건은 UFO 연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 않다. 미라가 대중에 공개되기 전에 더 높은 수준의 분석이 있었어야 했다.”

-당신은 종교인인가.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나는 나만의 영적인 길이 있고, 수십 년 전 불교 수행을 하기도 했다. 나는 UFO 문제에 종교를 개입시키려 하지 않는다. 기자로서 사실에만 관심 있다.”

-UFO 존재를 강하게 부정하는 이들도 많다. UFO를 연구한다고 위협하는 사람은 없나.

“아직 없다. 신경 쓰지도 않는다. 나는 UFO에 대한 반박도 환영한다. 이 현상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의미라는 뜻이라고 믿는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