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 대선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뉴욕 하원 특별선거가 13일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국민들의 현재 민심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뉴욕 하원의원 특별선거가 13일 시작됐다. 정식명칭 ‘뉴욕주 제3하원의원 특별선거’인 이번 선거는 지난해 12월 1일 가짜 학력 등 논란으로 연방 하원에서 퇴출당한 공화당 조지 산토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열렸다. 언뜻 보면 435석에 달하는 미 하원의석 중 하나로 보일지 모르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민, 낙태 등에 대해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알아보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미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뉴욕은 평등과 관용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진보 색채가 뚜렷한 지역이다.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날 열리는 지역(퀸즈 일부 및 롱아일랜드의 나소 카운티)은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2022년 선거에서는 공화당 산토스가 약 8%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미 abc방송은 “롱아일랜드는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최근 몇 년간 공화당으로 쏠리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어느 한 쪽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의 승리는 공화당이 근소하지만 하원 다수당이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 특별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마지 필립 후보. /로이터 연합뉴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쟁점이 되는 주요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볼 기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맞붙은 후보는 공화당의 마지 필립과 민주당의 톰 수호지다. 필립은 현재 나소 카운티 의원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 이민을 가 이스라엘군에서 복무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민주당에서는 필립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인 마가(MAGA)에서 ‘직접 뽑은’ 후보라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보수적 성향이라는 것이다. 30년 정치 경력의 톰 수호지는 2017년부터 이 지역 하원의원이었고, 2022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이 지역을 내놨다.

뉴욕 특별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톰 수호지 후보 /로이터 연합뉴스

공화당 의원이었던 산토스의 비리 문제로 선거가 열리게 됐고, 유권자들이 수호지를 과거 세 차례나 뽑아 준 만큼 수호지에 유리한 선거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과 이민자 문제에 대한 불만이 뉴욕 시민들에게 가득하기 때문이다. 뉴욕은 2022년 이후 국경을 넘어 몰려든 이민자들 때문에 현재 치안과 예산 등에서 곤경에 처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수호지의 선거 운동은 뉴욕시의 이민자 위기에 대한 바이든의 대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거센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공화당 필립 후보도 이를 의식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는 “수호지는 국경 개방 지지자”라고 공격하며 대부분의 TV 광고 예산을 ‘이민자’에 대한 내용에 쏟아부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은 이민자 문제에 대한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당에) 훨씬 더 유리한 이슈인 낙태와 관련한 광고를 내보냈다”고 했다. 진보 성향의 뉴욕에서 낙태 금지 입장에 가까운 공화당을 저격했다는 것이다. 필립은 정통 유대교 신자이자 일곱 자녀의 어머니다. NYT는 “이번 선거의 정치적 파급 효과는 나소 카운티와 퀸즈의 경계를 훨씬 넘어 대선이 열리는 11월을 앞둔 양당에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경제, 이민, 낙태에 대한 양당의 메시지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뉴욕시와 롱아일랜드 지역에 12일 밤부터 눈보라가 몰아쳤다. /AFP 연합뉴스

미 언론이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섣부른 예측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날씨가 변수로 등장했다. 13일 오전 뉴욕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국립기상청은 뉴욕시와 롱아일랜드에 겨울 폭풍 경보를 발령했고, 뉴욕시 학교들은 휴교령을 내렸다. 미 매체 폴리티코는 “대규모 눈폭풍은 공화당 필립 후보에게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은 부재자 및 직접 사전 투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했다. 날씨가 좋았을 때 이미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쳤고,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은 험한 날씨 속에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NYT도 “뉴욕의 중요한 하원 선거가 ‘눈’이라는 새로운 이슈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눈은 이날 오후에 그치는 것으로 예보된 상태다. 투표는 오후 9시에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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