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각) 법정에 출석한 러시아 인권운동가 올레크 오를로프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한 인권운동가 올레크 오를로프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이날 군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오를로프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2022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권 단체 ‘메모리알’의 공동 의장인 오를로프는 지난해 한 온라인 매체에 러시아 정부를 겨냥, “그들은 파시즘을 원했고 결국 그것을 얻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가 기소됐다. 그는 반전(反戰) 시위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를로프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는 15만 루블(약 217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과 오를로프 모두 항소했고, 2심에서 더 무거운 처벌인 징역형이 내려진 것이다.

오를로프는 재판 과정에서도 “러시아에서의 자유가 사라져가고 있다”며 “디스토피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오를로프가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증오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오를로프는 선고 직후 수갑을 찬 채 끌려가면서도 “내 글이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에 법정 방청석에 있던 지지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27일(현지시각) 법정에 출석한 러시아 인권운동가 올레크 오를로프의 모습. /타스 연합뉴스

메모리알은 성명을 내고 “오를로프에 대한 판결은 러시아 인권 운동의 목소리와 국가에 대한 비판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 러시아에서는 모든 것이 뒤집혀 있다. 전쟁은 평화이고, 평화를 요구하는 것은 범죄이며, 국가가 폭력을 조장한다는 말은 증오범죄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크렘린이 가짜 재판에서 비판자들을 제거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너무 늦기 전에 오를로프를 구출하고, 러시아의 지속적이고 터무니없는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